< Previous선경을 만난 유공 Jump Up CHAPTER 1. RESTART 01. 선경을 만나 혁신 날개 달다 02. 종합에너지기업 도전, ‘무자원 산유국의 꿈’ 현실로 BIG PICTURE | “단언컨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 되어 있을 거야!” 03. 정유사 혁신, R&D 경영으로 100년 기업 주춧돌을 놓다 04. 혁신 첫 걸작품, 수직계열화 완성 05. 제품부터 마케팅까지 이노베이션 06. 차세대 먹거리, 이동통신사업 진출 07. 100년을 내다본 ESG 비전 설계01. 선경을 만나 혁신 날개 달다 001. 선경이 품은 유공, 혁신의 시작 002. SKMS로 종합에너지기업 유공 설계 003. 글로벌 초일류 위한 SUPEX추구 02. 종합에너지기업 도전, ‘무자원 산유국의 꿈’ 현실로 004. 북예멘 마리브 유전에서 이룬 무자원 산유국의 꿈 005. 석유에서 LPG·LNG로 에너지사업 다각화 BIG PICTURE . “단언컨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 되어 있을 거야!” 03. 정유사 혁신, R&D 경영으로 100년 기업 주춧돌을 놓다 006. R&D 산실, 유공 기술지원연구소 준공 007. 40년을 내다본 전기차 배터리 개발 008. 대덕단지에 R&D Complex 009. R&D센터 첫 미국 상륙, 신약 개발의 발판으로 04. 혁신 첫 걸작품, 수직계열화 완성 010. 수직계열화의 서막, 석유화학 콤비나트 011. 세계 최대 석유·화학공장 울산CLX 05. 제품부터 마케팅까지 이노베이션 012. 셀프주유소 시대를 연 마케팅 혁신 013. 휘발유도 브랜드 시대, 엔크린 돌풍 014. 최고급 윤활유 ZIC 탄생 06. 차세대 먹거리, 이동통신사업 진출 015. SUPEX추구와 정보통신사업 구상 016. 제2이동통신 포기와 한국이동통신 인수 07. 100년을 내다본 ESG 비전 설계 017. 환경경영 본격화, 환경종합관리체계 구축 018. 선경 인재양성의 요람 장학퀴즈, 한국고등교육재단 019. 현존 최장수 프로축구팀, 유공 코끼리축구단1996040 CHAPTER 1. RESTART 선경을 만난 유공 종합에너지·석유화학기업으로 Jump Up 1980-1996 01 선경을 만나 혁신 날개 달다 선경이 1980년 대한민국 최대 공기업인 유공을 인수해 글로벌 에너지·화학종합기업으로의 비상을 꿈꿀 수 있던 것은 준비된 혁신의 두 날개 덕분이었다. 바로 SKMS와 SUPEX였다. 선경 구성원의 바 이블인 SKMS는 큰 몸집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던 유공의 경영에 중장기 전략이라는 안목을 이식했 다. 초일류 지향의 SUPEX는 관료주의가 스며든 조직에 도전정신과 패기를 심어 주었다. 041 SK INNOVATION 60YEARS HISTORY BOOK “유공은 공사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관청 같은 회사라는 평을 많이 듣고 있는데, 이는 빨리 시정해 야 할 문제이다.” (최종현 선대회장, 사장 취임 직전 기자회견, 1980) “거래선에서 들리는 말에 의하면 석유가 남을 때는 가져가라고 하고, 모자랄 때는 주지 않는 식으 로, 다시 말하면 거래에 있어서 유공이 상당히 고자세라는 말을 듣고 있다. 앞으로 거래선으로부 터 이런 불평이 나오지 않도록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같이 한 배를 타고 어려운 일을 맡아서 한다는 기분으로 더욱 분발해주기 부탁드린다.” (최종현 선대회장, 유공 사장 취임사 일부, 1980.12) “요즘 유공은 너무 관료적일 뿐 아니라 고자세이고, 사내에 다소의 부조리가 있다는 말을 들은 바 있다. 그러나 이제 유공은 공사에서 민간기업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는 고자세라든가 주위에서 부조리가 있다는 말을 들어서는 안 되며, 무엇보다 부지런히 좋은 제품을 생산하여 고 객에게 판매해야 한다.” (최종현 선대회장, 사장 취임 4일째 유공 간부 60명과의 격의 없는 토론) 1980년 12월 23일, 마침내 거대 공룡 유공의 혁신이 본격적으로 돛을 올렸다. 최종현 선대회장 은 사장 취임식에서 유공의 변화를 확실하게 요구했고, 선경연수원에서 이틀 동안 진행된 유공 간 부 60명과의 격의 없는 대화에서도 유공의 민간기업 체질개선을 분명하게 천명했다. 001. 선경이 품은 유공, 혁신의 시작 밤새 함박눈이 내렸다. 성탄 이틀 전, 온세상이 하얗게 눈으로 뒤덮였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그 날 새벽까지 곤한 잠을 청하지 못하고 잠자리에서 몇 차례 몸을 뒤척였다. 서울·경기 일대에 10~15cm 가량 눈이 쌓여 교통 정체가 심했으며, 그 빈 틈을 타고 생필품 반입이 20~30%나 감소 했다. 조간신문 1면에 별다른 특종은 없었다. 중앙정보부가 국가안전기획부로 명칭이 변경되고, 이란의 미국인 인질 사건이 몇 날 며칠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었다. 1980년 12월 23일, 결전의 날이었다. 동력자원부가 유공 인수자를 발표한 지 근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정확히 25일 만에 최종현 선대회장이 정부와 정식으로 유공 인수 계약서를 작성하고, 곧이어 유공 사장에 취임하는 운명적인 날이었다. 그룹 총수가 계열사 사장에 취임하는 것은 이례 적인 일이었으나, 유공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서는 비켜갈 수 없는 선택이었다. 오늘 하루 빡빡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공 인수 계약 외에도 유공 임시 주총에 참석하고, 042 CHAPTER 1. RESTART 선경을 만난 유공 종합에너지·석유화학기업으로 Jump Up 1980-1996 신임 CEO 첫 일성에 앞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몰려든 언론사 기자들과도 힘든 일정을 소화해내 야만 한다. 가장 먼저 유공 인수 계약부터 체결했다. 계약의 내용은 선경과 대한석유지주에서 GULF 지분 50%를 인수하기 위해 국내 외국은행으로부터 외화를 차입할 때 한국외환은행 명동지점이 발행 한 보증서를 회수하는 조건으로, 대한석유지주로부터 유공 주식 50%를 인수하는 것이었다. 대한석유지주는 1970년 정부가 유공의 경영권을 GULF에 넘기면서 정부의 유공 지분 50%를 산업은행에 현물 출자했던 것을 공개하기 위해 1976년 6월 30일 설립한 회사였다. 다시 말해 선 경과 함께 유공의 실질적인 대주주였다. GULF 주식 취득으로 유공의 경영권을 인수한 선경은 곧바로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했다. 주총 에서는 기존 임원진들의 사퇴를 승인하고, 신임 대표이사에 최종현 선대회장을 선임했다. 그룹 총 수의 유공 대표이사 선임 소식에 국내 언론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선경은 정부의 유공 민영화 방침에 따라 유공 주식 중 미국 GULF가 가지고 있던 모든 주식을 인수하고 유공의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 에너지 확보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이 시기에 정유사업을 한다는 것은 많은 난관이 있게 마련이므로 본인뿐만 아니라 임직원 모두가 국가경제에 혈액을 공 급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단단한 각오 아래 경영에 임하겠다.” “유공의 경영 참여에 즈음하여 본인은 여러분에게 다음 3가지를 약속하겠다. ①원유의 안정수 급을 위해서 선경그룹이 갖고 있는 힘을 다해 경영에 참여하겠다. ②정부에서 제시한 7가지의 어 려운 조건에 대해 심혈을 기울여 충실히 이행하겠다. ③이를 이행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유공주식 전부를 정부에 반납하고, 선경이 갖고 있는 모든 기업의 경영에서도 손을 뗄 각오이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앞으로의 각오와 유공의 운영방안 외에도 공기업 유공의 민 간기업 체질개선을 약속했다. 기자회견 일정 중 최종 순서인 질의응답에서는 사우디은행 1억 불 차관 도입 배경, 유공 경영 능력 등 첨예한 논쟁들이 오갔다. 그 중 가장 민감했던 질문은 ‘특혜 논 란’이었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단호하게 대처했다. “본인은 특혜라는 것을 싫어한다. 그동안 사업을 해오면서 특혜를 받은 적도, 그것을 원하지도 않았다. 향후에도 특혜를 받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GULF가 철수하고 세계적으로 메이저의 원유 공급 능력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므로 유 공을 과감히 민영화해야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고, 우리는 유공의 운영에 참여를 원하는 기 업의 하나로서 신청했을 뿐이다.” “유공의 경영 참여 후 3년이 지나고 보면 능력이 있어서 참여하게 되었는지, 특혜 때문인지의 여 부가 판가름날 것이다. 본인의 뜻은 올바른 자세로 일하겠다는 것이지 결코 특혜를 바라지 않는다.” 당시 유공은 국내 최고 기업으로서 아무나 덤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덩치만큼 부채도 매머 드급이었고, 공기업의 민영화 전환 1호라는 막중한 과제도 안고 있었다. 더구나 정부가 제시한 7 가지 인수 조건 중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었다. 043 SK INNOVATION 60YEARS HISTORY BOOK ①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 ② 원유 비축·증설시설 공사는 인수 후 3년 내로 완료할 것. ③ 인수자금과 건설자금을 차관으로 조달할 경우, 산유국의 오일머니로 유치할 것. ④ 원유 도입 가격을 최소화할 것. ⑤ 정유사업에만 집중하고, 인수 후 3년 이내 기업그룹의 확장을 중단할 것. ⑥ 유공과 기업그룹의 재무를 분리하고, 인수 후 3년 이내 유공자금을 기업그룹으로 유출하지 말 것. ⑦ 해외 또는 국내기업에서 자본참여를 희망할 경우 이를 적극 수용할 것. 이상의 7가지 조건을 찬찬히 훑어보면 거대한 부채 덩어리 유공의 정상화에만 집중하고, 그 외 이윤추구 활동은 하지 말라는 기상천외한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설비공 사는 반드시 하되, 기장 낮은 가격으로 원유를 공급하라는 조항은 기업의 생리인 이윤추구를 제 한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같은 사생결단의 조건을 받아들일 기업이 또 있을까. 7번 항목에서 해외 또는 국내기업의 자본참여 문호를 열어 두었으나, 실제로 인수조건 시한인 3년 내내 참여 의사를 타진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따라서 선경은 정부와의 최종 단판에서 ‘생즉사·사즉생’의 각오로 배수진을 친 것이었다. 기자 회견에서 밝혔듯이 ‘정부 조건을 이행하지 못했을 경우 유공주식 전부를 반납하고, 그룹 경영에서 도 손을 떼겠다’는 각오를 분명히 밝혔다. 그만한 배포가 있었기에 정부로부터 신뢰를 얻었고, 마 침내 유공도 인수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계속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자 최종현 선대회장이 불편 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었다. 등짝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던 기자회견이 끝나고 그날의 마지막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6시 30분, 유공 본사가 입주한 서울신탁은행 본점빌딩(현 하나은행 명동영업부) 12층 대회 의실에서 신임 최종현 선대회장의 유공 사장 취임식이 열렸다. 취임사에서 그는 유공의 내부 안정 을 보장하고, 한편으론 체질 개선을 요구했다. 또 유공 운영방식에서 소통과 대화를 강조했으며, 특히 ‘자원기획실’ 신설을 천명하면서 당시 가장 시급했던 원유도입 최적방안을 제시했다. “유공에는 유능한 인재가 많다고 들어왔는데, 이 인재들을 잘 활용하고 경영능력을 충분히 발휘 하게 한다면 유공이 더 잘 운영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또 기업체는 생명체와 같기 때문에 경영방 법, 인사조직 등은 크게 바꾸지 않을 생각이며, 선경에서는 나와 더불어 극소수의 사람만이 와서 여러분과 함께 같은 배를 탄 기분으로 호흡을 맞추어 회사를 운영할 것이다. 인사나 조직 및 운영 방법에 대해서는 별반 변화가 없으리라는 것을 여러분에게 밝혀 둔다.” “유공은 원유를 확보하는 별도의 조직이 필요한 것 같다. 다른 정유회사도 마찬가지겠지만, 유 공도 그동안 카운터 파트로서 메이저가 있었기 때문에 원유 확보에 별 걱정이 없었으나 GULF가 떠난 지금은 조직에 결함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원유 확보를 위한 가칭 ‘자원기획실’을 만들어 운 영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044 CHAPTER 1. RESTART 선경을 만난 유공 종합에너지·석유화학기업으로 Jump Up 1980-1996 선경 유공 인수 관련 언론보도(1980.11) 최종현 선대회장 유공 사장 취임식(1980.12.23)045 SK INNOVATION 60YEARS HISTORY BOOK 002. SKMS로 종합에너지기업 유공 설계 “지난 18년 동안 주인이 3번이나 바뀌면서 신분 세탁도 3번이나 했다. 정부를 주인으로 맞아 공무 원이 된 기분이었다가, 그로부터 8년 후 미국 석유메이저 기업으로 주인이 바뀌면서 외국회사 다 닌다는 폼도 잴 수 있었다. 그러나 10년이 흘러 이번에는 ‘을’이었던 민간기업을 주인으로 맞이했 다. 공기업과 석유메이저의 후광으로 국내 최고기업에 올라 18년 내내 자긍심이 높았으나, 민간기 업으로 소속이 바뀌면서 심한 불안감이 몰려왔다. 갑질과 부조리를 질타하며 변신을 요구하니, 앞 으로 먹고살 일이 막막했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이 같은 유공의 내부 동요를 정확히 파악했다. 그래서 취임식 첫 만남 자리 부터 고용보장을 약속한 것이었다. 그는 소통과 대화를 즐기는 경영인이다. 이 정도로 내부 동요 가 해소되지 않으리라 판단한 그는, 사장 취임 4일째인 12월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 동안 선경 연수원에서 유공 간부 간담회를 개최했다. 주말을 이용해 유공의 부사장을 비롯한 부장·영업소장 등 간부 60명을 초대해 유공의 민영화에 따른 앞으로의 경영방침에 대해 질의응답식의 격의 없는 대화로 진지한 토의시간을 가졌다.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최종현 선대회장은 구조조정이 없다 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독립경영과 권한 이양을 통한 자율경영을 보장했으며, 교육과 기술개발을 강화해 5년 이내 세계에서 가장 효율이 높은 정유회사로 만들겠다는 미래 비전도 제시했다. “나는 현재 유공의 2,000여 임직원 모두가 향후 자신의 거취에 대해 아무런 불안도 갖지 말 것 을 우선 부탁하고자 한다.” “항간의 소문으로는 유공의 인원이 과다하므로 3분의 1 내지 2분의 1 정도까지 감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유공의 2,000여 임직원들이 받는 급여가 전 체 매출액에 미치는 비율이 0.8%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임직원들의 기본적인 삶의 터전을 희생 하면서까지 회사경영에 보탬을 얻고자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지금 있는 인원이 모두 힘을 합쳐서 예전보다 더 열 심히 일하는 편이 낫고,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도 더 좋은 경영성과가 나올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내부 결속을 다진 유공은 마침내 혁신의 대장정에 올랐다. 혁신의 도구는 선경의 바이블인 SKMS였다. 교육과 기술개발을 통해 ‘5년 이내 세계에서 가장 효율이 높은 정유회사로 만들겠다’ 는 약속에서 교육의 실체가 바로 선경의 성공 유전자인 SKMS를 이식하는 작업이었다. “오랜 전통을 지닌 우수한 조직의 공통점은 명확한 핵심 이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짐 콜린스·제리 포라스 공저, <성공하는 사람들의 8가지 습관>) 경영관리체계(SKMS, SK Management System)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항상 최고의 결과를 끌어내는 공식이다. 최종현 선대회장이 SKMS 청사진을 처음 구상한 것은 1975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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