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266 CHAPTER 3. NEW VALUE 글로벌 일류 에너지·화학기업을 향한 도전 2009-2016 최태원 회장은 사업 추진을 진두지휘했다. 10여 차례에 걸쳐 중국 정부 및 시노펙 관계자를 면 담했다. “중동 산유국처럼 원유나 원재료를 보유하지는 않았지만 SK는 지난 40년간 국내외에서 여러 석유화학 공장을 건설하고 또 운영한 노하우가 있다”라면서 SK가 중국과 동반자가 되기 위 해 노력한 ‘진정성’을 강조했다. 실무진들도 끊임없이 협상에 임했다. 그 속에서 양사의 협력이 시노펙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 신을 심어주는 데 주력했다. 강점은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중국 정부와 시 노펙을 설득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됐다. 마침내 굳게 닫혔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2012년 11월 베이징에서 최태원 회장과 왕티엔푸 총경리가 다시 마주 앉았다. 최태원 회장은 이 자리에서 6년여를 끌어온 에틸렌 합작공장 설립 협 상을 타결 지었다. 그러나 합작법인 설립 허가는 받지 못했다.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었다. 2013년 초 공장이 완 공돼 시노펙 단독으로 공장 가동을 위한 시운전에 들어가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 SK종합화학은 역발상으로 상황을 헤쳐 나가기로 했다. 어느 단계보다 중요한 시운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 모든 구성원들이 ‘우리 회사’라는 마음으로 임한 결과 성공적으로 작업을 마무리 지었다. 시운전 초기 의구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던 시노펙 관계자들도 차츰 경계를 풀었다. SK종합화학 설비운 영 역량과 빈틈없는 일처리를 인정하며 믿을 수 있는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2013년 6월 28일 SK종합화학은 시노펙과 우한 에틸렌 합작법인 설립 계약(JVA, Joint Venture 시기내용 2005 시노펙, 중국 정부에 우한 프로젝트 비준 신청 2006SK-시노펙 간 합작 검토의사 교환 2007 우한 NCC공장 착공 2011.5 SK종합화학, 중국 정부에 합작법인(JV) 참여 신청 2011.12시노펙과 전략적 협력을 위한 MOU 체결 2013.2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승인 2013.5 중국 국무원 승인 2013.6합작법인 설립계약(JVA) 체결 2013.9 중국 상무부 비준 2013.10 중국 공상국 등록, 합작 법인 설립 완료 2014.1 우한 NCC공장 본격 가동 2017 연산 300만 톤 규모로 증설 결정 2020.12 에틸렌 설비 증설 완료 중한석화 연혁267 SK INNOVATION 60YEARS HISTORY BOOK Agreement)을 체결했다. 후베이성 우한에 나프타 분해시설(NCC, Naphtha Cracking Center)를 지어 연간 80만 톤 규모의 에틸렌을 비롯해 폴리에틸렌(PE) 60만 톤, 폴리프로필렌(PP) 40만 톤 등 다양한 석유화학 기초원료 제품을 연간 총 220만 톤 생산하기로 했다. 마침내 2014년 1월 합작법인 ‘중한석화’가 정식 출범했다. 투자비는 총 3조 3,000억 원. SK가 중국 땅에서 벌이는 가장 큰 규모의 사업이자 한중 수교 이후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기업 중에서도 중국에서 에틸렌 합작사업을 승인받은 기업은 SK가 유일했다. SK이노베이 션의 석유화학사업 노하우에 대한 중국의 신뢰를 보여주는 의미있는 결과였다. 장장 7년간 진정 성 하나로 밀어붙인 SK의 뚝심을, 석유화학사업의 40년 기술과 노하우를 인정받은 것이었다. 중한석화 출범은 시노펙에도 큰 의미였다. 왕티엔푸 총경리가 최종 계약 서명식에서 직접 “SK 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파트너다. 한국과 중국의 석유화학산업에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 글로벌 동 반성장을 이루겠다”라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2014년 1월 중한석화의 우한 NCC공장이 본격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일반적으로 화학공장이 해안에 위치한 것과 달리 중한석화는 내륙에 위치해 있다. 바로 옆에 장강이 흐르고 공장 내부로 철도가 연결되는 등 물류환경이 좋아 최적의 환경을 갖춘 곳으로 평가받았다. 297만 5,200㎡(약 90만 평)의 광활한 대지에 가로 길이만 무려 3km, 세로는 1km에 달했다. 대륙의 스케일에 걸맞게 차를 타고 정문에서 공장 끝까지 난 직선도로를 5분 넘게 달려야 11개 주요 생산 공정을 둘러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진정한 성공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 있었다. 최적의 공장 가동률을 유 지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과 노하우가 시노펙에는 아직 부족했다. SK종합화학 파견인 력이 본사로 복귀하면서 빈자리가 더 커졌다. 공장 운전 경험과 역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공장 운영에 문제점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국영기업인 시노펙 관계자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공장을 처음 건설하면 그럴 수도 있 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석유화학공장은 첫 가동 이후 얼마간 적자가 발생하는 것이 일반 적이다.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지 관계자들의 소극적인 태도 역시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제품기존증설 후 총 제품 생산량 220300 주요 제품에틸렌 80110 폴리에틸렌 6090 폴리프로필렌 4070 중한석화 생산능력 변화 단위 : 만 톤/년268 CHAPTER 3. NEW VALUE 글로벌 일류 에너지·화학기업을 향한 도전 2009-2016 그러나 SK종합화학의 생각은 달랐다. 더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끊임없이 시도해야 한 다고 생각했다. SK종합화학은 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섰다. 40여 년간의 공장운영 노하우를 습득 한 울산CLX의 정예 운영원들을 파견해 2014년 3월부터 ‘경쟁력 강화 TF’를 구성했다. SK종합화 학 인력 30여 명을 포함해 총 50여 명의 ‘경쟁력 강화 TF’는 가동 시점부터 제조원가 및 비용개선 등에 주력했다. 단기적인 공장 정상화가 아닌 본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이 과정에 서 SK종합화학은 오랜 기간 축적한 뛰어난 기술력을 아낌없이 공유하고 또 전수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중한석화는 이례적으로 가동 첫해부터 흑자를 내는 기염을 토했다. 상업가동 첫해 1,477억 원의 흑자를 낸 데 이어 2015년 4,06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의 ‘SHE 경영 시스템’ 역시 중한석화의 안전한 버팀목이었다. 안전과 보건, 환경 을 일관되고 통일되게 실천하기 위한 안전관리 노하우를 적용해 한국과 같은 SHE 경영체계를 구 축했다. 2015년 10월 중한석화를 방문한 당시 왕하오쉐 중국 국가안전감동총국 차관은 “SK이노 베이션의 ‘SHE 경영시스템’은 안전 관리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중국기업들에 훌륭한 벤치마킹 대 상이며 중국기업의 롤모델이 되어주길 바란다”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중한석화는 미래를 향해 질주했다. 2019년 시노펙 산하 우한분공사를 인수하면서 중국 내 대 표 정유·화학기업으로 우뚝 섰다. 이에 따라 SK종합화학은 합작사인 중한석화를 통해 중국 내에 정유설비를 간접 보유하게 됐다. 중국 석유화학공장에 이어 정유공장의 실질적 경영에 참여하는 것 역시 SK종합화학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기업 중 최초였다. 우한 NCC공장은 2017년 기존 생산량 대비 40% 증가한 총 300만 톤 규모로 증설을 추진했다.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2020년 12월 에틸렌 설비 증설을 완료해 첫 가동에 성공했다. 2021 년 말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부타디엔 설비까지 가동하면서 한중 대표 합작사업 성공 모델의 신화를 이어갔다. 062. 한일 최대 에너지기업 간 교류, 울산아로마틱스(UAC) 합작공장 SK이노베이션은 2007년 일본의 JX에너지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그러나 이후 몇 년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냉정하기 그지없는 국제경제의 현실에 흔들릴 법도 했지만 인연은 끈끈하 게 이어졌다. 함께 연구모임을 하며 우의를 다진 최태원 회장과 기무라 회장의 신뢰 속에 양사의 경영진도 공동세미나 등을 통해 교류를 놓지 않았다. 양사의 변함없는 인연은 2011년 위기 앞에서 오히려 깊어졌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동일본 대지진 사태, 일본의 경제도 사회도 초토화됐다. 전체 공급물량의 31% 수준인 일일 140만 배럴의 정유설비 가동이 중단되면서 일본은 석유제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SK이노베이션은 지체 없이 손을 내밀었다. 원유탱크의 저장여력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일본 업269 SK INNOVATION 60YEARS HISTORY BOOK 체 대신 원유를 매입했다. 또 제품 수출계약이 완료된 상태에서도 석유제품을 일본에 우선 공급했 다. 특히 JX에너지가 정유공장 가동 중단으로 중동 원유 200만 배럴(약 2억 달러 상당)을 처리하 지 못하게 되자 대신 구매해 일본 하루 소비량의 25%에 해당하는 휘발유 26만 배럴을 공급했다. JX에너지는 SK이노베이션의 실질적인 지원과 협력에 대한 깊은 감사의 서신을 보내오기도 했다. 당장의 이익보다 미래를 위한 포석에 가중치를 둔 혜안이 옳았음은 바로 증명됐다. 100년이 넘 는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최대의 정유회사인 JX에너지가 해외투자법인의 첫 파트너로 SK이노베 이션을 선택했다. 동일본 대지진 발생 후 5개월 뒤인 2011년 8월 SK종합화학과 JX에너지는 PX공장 건설을 공동 으로 추진하는 합작투자건을 각사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의류산 업이 성장하면서 그 원료가 되는 PX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이에 양사는 상호 기술 을 공유해 세계시장의 확대에 선제 대응하기로 한 것이었다. 2008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얼어붙은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양사의 협력을 촉진한 요인이었다. SK이노베이션과 JX에너지는 합작을 통해 투자부담을 줄이는 전략으로 글로 벌 경쟁사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입지를 구축하고자 했다. SK종합화학이 JX에너지와 합작해 건설한 울산아로마틱스(UAC, Ulsan Aromatic Corporation) 공장은 2014년 3월 기계적 준공, 6월 본격 가동에 이어 같은 해 10월 23일 공식 출범했다. 연간 PX 100만 톤, 벤젠 60만 톤 등 아로마틱 계열 화학제품 160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 다. 연간 100만 톤의 PX는 20억 벌의 옷 또는 1.5L 페트병 400억 개를 만들 수 있었다. 이로써 SK 이노베이션은 연 281만 5,000톤의 PX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이는 국내 석유화학기업 중 최 대이면서 세계 5위 규모였다. SK종합화학과 JX에너지는 UAC공장 건설에 각 50%씩 총 9,363억 원을 투자했다. JX에너지가 UAC 공장에 투자한 자금은 약 4,600억 원으로, 역대 한국에 투자한 사례 중 최대 규모였다. 기무 라 JX에너지 회장은 2014년 10월 준공식에서 “UAC가 양사의 발전에 오랫동안 기여하는 튼실한 공장이 되기를 기대한다”라면서 “이렇게 훌륭한 결실을 맺도록 함께 노력해 준, ‘소중한 벗’ 최태원 회장과 SK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한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전체 생산 제품의 95%를 중국 등 세계 각지에 수출하고 있는 UAC공장! SK이노베이션뿐만 아 니라 국가경제 발전의 산실로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JX에너지와의 글로벌 파트너링은 SK루브리컨츠의 윤활기유공장 공동투자로 이어졌다. JX에너지는 지진피해 등을 우려해 해외공장 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SK와의 굳건한 협력과 신뢰가 이번에도 힘을 발휘했다. 2011년 제3윤활기유공장을 울산CLX에 건설하기로 하는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 2012년 하반기부터 연간 2만 6,000배럴 규모로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나섰다. 글로벌 고급 윤활기유시장 에서 5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SK루브리컨츠의 시장지배력은 더 공고해졌다. 270 CHAPTER 3. NEW VALUE 글로벌 일류 에너지·화학기업을 향한 도전 2009-2016 iLBOC 윤활기유공장 준공식(2015.9.22) 울산아로마틱스 공장 준공식(2014.10.23)271 SK INNOVATION 60YEARS HISTORY BOOK 063. 렙솔과 손잡은 윤활기유, 유럽으로 ‘퀀텀점프’ SK루브리컨츠는 1995년 처음 유럽에 윤활기유를 판매했다. 이를 시작으로 꾸준히 성장해 2007 년부터는 유럽을 해외 주력 시장으로 삼았다. 2008년 암스테르담 지사를 설립하는 등 유럽 현지 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해 2009년 253만 배럴의 판매를 달성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성장할수록 한계가 밀고 올라왔다. 기유사업의 특성상 원재료 도입에서 판 매까지 3~4개월이 걸리기 때문. 양이 많아질수록 부하가 걸리는 구조였다. SK루브리컨츠는 고급 윤활기유 최대 시장인 유럽에 생산공장을 건설해 ‘유럽 내 최고 경쟁력 확보’라는 SUPEX 목표를 수립했다. 그 시작은 렙솔(Repsol)과의 합작법인 설립이었다. 렙솔은 연간 4억 2,000만 배럴의 원유 정제능력을 가진 세계 10위권의 대표적인 다국적 에너 지기업으로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에서 에너지업계 선두기업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2010년 스페인 역사상 최대 금액인 4조 5,000억 원을 투자해 스페인 카르타헤나에 고도화 정유공장을 건설하면서 SK루브리컨츠와 함께 고급 윤활기유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2010년 6월 그룹Ⅲ 윤활기유공장 건설을 위한 합의서(HOA) 교환 후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본 격적인 협상테이블이 차려졌다.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SK루브리컨츠는 렙솔과 협상하며 대주주 지분과 마케팅 권역 확보, 경쟁력 있는 기유원료(UCO, Unconverted Oil) 가격협상 조건을 과감하게 제시했다. 그러나 입장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급기야 프로젝트가 무산될 위기 에 처했다. SK루브리컨츠는 나머지 조건들은 양보하고, 3가지 주요 조건을 확보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실 무를 진행할 때는 실무진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해 빠르고 책임감 있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 구원투수로 최태원 회장이 나섰다. “고급 윤활기유 분야에서 진정한 글로벌 강자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 전략지역에도 생산기지를 구축해야 한다”라며 합 작사업을 진두지휘했다. 2011년 11월 최태원 회장은 스페인으로 날아갔다. 직접 렙솔 본사를 찾아 안토니오 브루파우 니 우보 회장을 만났다. 긴 논의 끝에 SK루브리컨츠와 렙솔 간 합작투자계약(JVA)이 체결됐다. 3가지 핵심조건은 SK루브리컨츠가 모두 확보했다. SK루브리컨츠와 렙솔은 70 대 30의 지분비율로 합작법인 일복(iLBOC, iberian Lube Base Oils Company)을 설립했다. 이어 스페인 카르타헤나에 유럽 최대 규모의 윤활기유공장 건설을 본격 화했다. 2012년 10월 28일 기공식을 개최한 지 2년 만인 2014년 9월 29일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고급 윤활기유를 하루 1만 3,300배럴(연 63만 톤) 생산할 수 있는 규모였다. 국내 정유 회사 중 최초로 유럽에 건설하는 윤활기유공장이었다. 가장 큰 해외시장인 유럽 심장부에 생산기 지를 확보하며 SK루브리컨츠는 세계 3위의 윤활기유 제조업체로 발돋움했다. 고급 윤활기유 세 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의 위상은 한층 더 공고해졌다. 272 CHAPTER 3. NEW VALUE 글로벌 일류 에너지·화학기업을 향한 도전 2009-2016 2015년 9월 22일 스페인 카르타헤나에서 SK루브리컨츠와 렙솔의 합작법인 일복의 윤활기유 공장 준공식이 열렸다. ‘유럽 인사이더’ 경영의 신호탄이었다. 그 의미를 방증하듯 최태원 회장과 렙솔의 안토니오 브루파우 회장을 비롯해 양사의 최고경영진이 총출동했다. 스페인 산업·에너지· 관광부 장관과 주 스페인 한국대사 등 양국 정부 관계자들도 함께 자리해 양국의 동반성장이라는 의미를 더했다. 최태원 회장과 안토니오 브루파우 렙솔 회장은 다음과 같은 축사를 통해 글로벌 파트너링에 대한 의미와 기대를 높였다. “유럽 최대의 윤활기유 공장인 카르타헤나 공장 준공으로 스페인과 한국 기업 간 사상 최대 규모 의 합작사업이 성공적인 결실을 맺었다. SK와 렙솔은 마침내 글로벌 석유업계가 주목하는 합작 모델을 만들어냈다.” (최태원 회장) “글로벌 석유산업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SK라는 믿음직한 파트너를 만나 도전적인 합작사업을 성공시켰다. SK와의 파트너십을 계속 발전시켜 다양한 협력 모델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안토니오 브루파우 렙솔 회장) 064. 사빅과 함께 넥슬렌의 글로벌 도약 반도체가 전자산업의 ‘쌀’이라면, 폴리에틸렌(Polyethylene)은 석유화학산업의 ‘쌀’로 불린다. 고부 가 필름, 자동차 및 신발 내장재, 케이블 피복 등 많은 제품에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핸드 폰에 사용되는 보호필름에도 폴리에틸렌이 사용된다. SK종합화학은 2004년부터 고성능 폴리에틸렌 연구를 시작했다. 고성능 폴리에틸렌은 기존 범 용 폴리에틸렌보다 충격에 강하고 투명성과 위생성, 가공성 등을 강화한 제품이다. 시장규모는 전 체 폴리에틸렌 시장의 약 6% 정도에 머물렀지만 고속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다우케미 칼(Dow Chemical), 엑손모빌(Exxon Mobil) 등 일부 메이저 화학회사들이 점유한 독점시장이기도 했다. 기존의 국내 고밀도, 고분자 생산기술은 메이저 회사의 기술을 기반으로 기능성 신제품을 개발하는 수준이었다. SK이노베이션의 혁신은 달랐다. 촉매, 공정, 제품 등 고분자 제조공정 전반 의 원천기술을 순수 독자 개발하고 나섰다. 2008년 5월 차세대 고성능 폴리에틸렌인 ‘넥슬렌(Nexlene, 브랜드명 등록 2010년)’을 개발하 는 데 성공했다. 폴리에틸렌을 생산할 때 사용하는 촉매를 기존 지글러-나타(Ziegler-Natta) 대신 메탈로센(Metallocene)를 사용했다. 다우케미칼, 엑손모빌 등 세계적인 메이저 기업들만 일부 보273 SK INNOVATION 60YEARS HISTORY BOOK 유하고 있던 독점기술을 자체개발한 것이다. SK종합화학의 기술력 또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 음을 의미했다. SK종합화학은 서둘러 상업화를 추진했다. 2009년 5월 울산CLX에 자체기술로 설계한 시험설 비(Demo Plant)를 완공했다. 이어 넥슬렌 상업화 전담팀을 결성해 시운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신 규개발 공정이어서 노하우 부족으로 시행착오를 피하지 못했다. 심기일전해 기존 LLDPE(Linear Low Density Polyethylene) 운전 경험을 토대로 체계적인 공정운전 집중교육을 실시했다. 기술원 에 위치한 미니 파일럿(Mini Pilot) 운전실습 교육을 통해 시운전 감각도 익혔다. 휴일도, 밤낮도 잊 은 노력으로 경험 부족을 극복하며 6월 초 시운전 성공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기술은 있으나 사줄 사람이 없었다. 후발주자의 설움이었다. 이미 글로벌 메이저 화학기 업들이 고성능 폴리에틸렌시장을 선점한 상황, SK는 자체역량으로 글로벌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판단했다.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을 가동하기로 했다. 2010년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최태원 회장이 물꼬를 텄다. 평소 친분이 있던 사빅 (SABIC)의 모하메드 알마디 부회장에게 넥슬렌 기술을 소개하며 고성능 폴리에틸렌 분야의 전략 적 제휴를 처음 제안했다. 2011년 3월 자원경영을 위해 중동을 방문했을 때도, 같은 해 4월 중국 보아오 포럼에 참석해서도 최태원 회장은 사빅의 알마디 부회장을 만나 공을 들였다. 국내에서는 2011년 7월 울산 넥슬렌공장 건설에 돌입했다. 한편으로는 사빅과의 합작을 위한 실무협상이 이어졌다. 최태원 회장은 “사빅과의 제휴는 화학사업의 글로벌 성장을 위해 중요한 전 기가 될 것”이라며 합작 성사를 독려했다. 어려움에 부딪칠 때면 사우디아라비아를 직접 찾아 사 빅 최고경영진과 10번 이상 면담을 진행하며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사빅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지분 70%를 소유한 국영 석유화학회사이자 세계 1위의 에틸렌 생산규모(연간 1,075만 톤), 3위의 폴리에틸렌 생산규모(연간 590만 톤)를 자랑하는 글로벌 석유 화학기업이었다. 사빅과의 전략적 협력 성사는 넥슬렌의 글로벌 도약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었다. 2014년 1월 연간 23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울산 넥슬렌공장의 기계적 준공과 함께 협 상에 탄력이 붙었다. 같은 해 5월 19일에는 정상가동을 시작했다. 같은 달 26일, SK종합화학은 마침내 사빅과 넥슬렌의 생산 및 글로벌시장 판매를 위한 합작법 인 설립 계약(JVA)을 체결했다. 최태원 회장이 사빅의 알마디 부회장에게 처음 사업협력을 제안한 지 4년 만에 두 회사는 손을 맞잡았다. 이후 세부 계약조건을 정하기 위한 협상이 계속됐다. 그 일환으로 SK종합화학은 2015년 6월 한 국넥슬렌유한회사(KNC, Korea Nexlene Company)를 설립하고, 울산 넥슬렌공장 자산을 KNC에 현물출자했다. 2015년 7월 3일 서울 SK서린사옥에서 SK종합화학과 세계 2위 규모의 종합화학기업인 사빅 의 넥슬렌 합작법인 SSNC(SABIC SK Nexlene Company Pte. Ltd.)의 출범을 공식화했다. KNC는 SSNC의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 협상 타결에 따라 넥슬렌 제조기술을 개발한 SK이노베이션과 274 CHAPTER 3. NEW VALUE 글로벌 일류 에너지·화학기업을 향한 도전 2009-2016 SK종합화학은 SSNC에 기술과 공장자산 등을 넘기고 약 5,4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2015년 10월 7일 울산 넥슬렌공장 준공식이 열렸다. 고성능 폴리에틸렌 사업의 글로벌 플레이 어로 도약하기 위한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 준공식에는 최태원 회장과 사우디 왕자인 사우드 빈 압둘라 빈 투나얀 알 사우드 사빅 회장 등이 참석해 넥슬렌의 글로벌 도약을 함께 축하했다. 울산 넥슬렌공장 준공에 따라 최태원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SK이노베이션이 추진해 온 4대 ‘글로벌 파 트너링’ 프로젝트는 모두 알찬 결실을 맺게 됐다. “앞으로 넥슬렌의 글로벌 사업거점을 확장하고 생산규모를 100만 톤 이상으로 늘려 글로벌시장 을 선도할 수 있도록 하겠다. SK와 사빅이 넥슬렌 외에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 력사업들을 발굴하도록 노력할 것이며 사우디와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의 협력이 양국 간 우호 관계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최태원 회장) “넥슬렌공장 준공은 SK와 같은 글로벌 선두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획기적인 기술개발과 혁신 을 도모하고자 하는 사빅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알 사우드 사빅 회장) SK이노베이션과 사빅의 협력은 계속됐다. 합작법인 SSNC는 증가하는 고기능성 화학제품 시장 수요 선점을 위해 2022년 8월 고기능성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생산공장을 신·증설하기로 하고 울산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SNC의 국내 자회사인 한국넥슬렌을 통해 울산시 울 주군 청량읍 1,322㎡ 부지에 2024년 7월까지 약 2,000억 원을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는 탄력성과 내충격성이 매우 우수해 플라스틱 물성을 강화하는 자동 차 경량화 부품에 주로 쓰인다. 타 제품 대비 전력손실을 줄일 수 있어 태양광 발전 필름제작용으 로도 사용된다. 2024년 완공 이후 울산 넥슬렌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43%가량 늘어난 30만 톤에 이르게 된다. 생산물량의 90% 이상은 수출할 계획이다.275 SK INNOVATION 60YEARS HISTORY BOOK 울산 넥슬렌공장 준공식(2015.10.7) 시기내용 2004고성능 폴리에틸렌 기술개발 착수 2009.6 울산CLX시험설비(Demo Plant) 가동 2010.1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최태원 회장과 사빅 모하메드 알마디 전 부회장 협력 방안 논의 2010SK의 고성능 폴리에틸렌의 제품 브랜드명 ‘넥슬렌’ 등록 2011.3 중동 순방에서 최태원 회장과 사빅 모하메드 알마디 부회장 면담 2011.4 중국 보아오포럼에서 최태원 회장과 사빅 모하메드 알마디 부회장 2차 면담을 통해 넥슬렌사업 협력 논의 2011.7울산 넥슬렌공장 건설 착공 2014.1 울산 넥슬렌공장 기계적 준공 2014.5 SK종합화학, 사빅과 JVA(Joint Venture Agreement) 체결 2015.7 SK종합화학, 사빅과 싱가포르에 합작법인 설립(SSNC, 50:50 비율) 2015.10 SSNC 울산공장 준공식 2022.8 고기능성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생산공장 신·증설 MOU 체결(울산) 넥슬렌사업 연혁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