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246 CHAPTER 3. NEW VALUE 글로벌 일류 에너지·화학기업을 향한 도전 2009-2016 18 윤활유·윤활기유 세계 정상을 향해 2013년은 SK그룹에게 기념비적인 해였다. 창사 이래 그룹의 수출 비중이 처음으로 내수 비중을 넘어 선 해였다. SK이노베이션, 그중에서도 윤활유사업은 수출 증대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고급 윤활기유 와 윤활유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성했다. 특히 중국, 러시아 같은 대국에서 약진이 두드러졌다. 자체 고급 윤활유 ZIC를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 수출해 로열티 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247 SK INNOVATION 60YEARS HISTORY BOOK 2006년 6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SK아카데미 대강의실, SK그룹 주요 계열사 임원들이 한자리 에 모였다. 최태원 회장이 “자신이 속한 계열사가 국내에서 매년 10%씩 10년 동안 성장할 수 있다 고 자신하는 임원은 손을 들어달라”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100여 명에 달하는 임원 중 어느 누구 도 선뜻 손을 들지 못했다. 그러자 최태원 회장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글로벌리티(Globality)’를 높여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980년대 최종현 선대회장 때부터 SK는 한발 앞선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을 추구해 왔 다. 그러나 당시 전자나 반도체 등을 주력으로 하는 다른 대기업들에 비해 SK는 여전히 ‘내수기업’ 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정유·통신 등 주력사업들이 내수산업으로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간의 박한 평가를 탓할 수만은 없었다. 2008년에도 수출 비중이 약 37%에 그치고 있었다. 최태원 회장의 글로벌리제이션 전략 강조는 협소한 내수시장에 안주해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을 뿐더러 생존마저 위협당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였던 것이다. 수출 확대와 해외사업 강화 등 글로벌리제이션을 높이는 것만이 그룹의 성장을 담보할 수 있었다. 2013년, 마침내 SK그룹 매출 가운데 수출비중이 내수를 앞질렀다. 총매출액 147조 9,055억 원 가운데 수출은 76조 7,322억 원으로 51.9%를 차지했다. 1953년 그룹 창립 이후 60년 만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제품 수출과 해외 석유개발 등을 통해 수출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SK이노 베이션 계열로서는 처음으로 독자 경영에 나선 SK루브리컨츠는 세계 고급 윤활기유시장 점유율 50%를 넘어서며 글로벌 1위를 질주했다. “해외 초일류 기업처럼 자국 내 매출보다 해외매출이 월등히 많아야 진정으로 글로벌리티가 높 아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지적한 최태원 회장. 글로벌리티는 글로벌리제이션의 수준과 역 량을 의미했다. SK루브리컨츠는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의 그 진정한 의미를 통해 윤활유· 윤활기유 세계정상의 위치에까지 날아올랐다. 056. 윤활유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 “중국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차이나 인사이더(China Insider)가 돼야 한다. 차이나 인사이 더란 중국의 기업리더들 또는 글로벌 메이저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으로 서, 중국 내에서 실현할 수 있는 글로벌리티의 최고 수준을 의미한다.” (최태원 회장, 사보 <SK>, 2006.7) 최태원 회장은 SK그룹의 글로벌리티를 높이기 위한 1차 전략으로 중국을 선택했다. 1999년 12 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CEO 세미나에서 ‘또 하나의 SK를 중국에 만든다’라는 전략을 수립했다. 이후 계속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최태원 회장은 성장의 모멘텀을 중국에서 찾겠다는 의지를 굽248 CHAPTER 3. NEW VALUE 글로벌 일류 에너지·화학기업을 향한 도전 2009-2016 히지 않았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적 발전은 분명 한국에 위협요인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세계 2대 시장으로 급부상한 이곳에서 생존과 성장의 동력을 찾는다면 중국은 오히려 기회의 나라가 되리라는 것이 최태원 회장의 판단이었다. 주변에서는 왜 유독 중국 중심의 글로벌리티를 강조하느냐고 의문을 표하는 사람도 많았다. 물 론 ‘반드시’ 중국이어야 할 필요는 없었다. 세계 제1의 인구를 바탕으로 무섭게 성장하는 거대 시 장이 지리적으로 가까웠기 때문에 우선 공략대상이 됐다. 중국은 SK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1차 교두보였던 셈이다.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SK그룹의 각 관계사들은 중국사업을 활 발하게 펼쳤다. 2009년 10월 분사한 SK루브리컨츠 역시 독자 경영의 첫걸음을 떼자마자 ‘중국 앞 으로’를 외쳤다. 2010년 5월 중국 톈진에 윤활유 완제품 공장을 착공해 현지화 전략을 본격 가동 했다. SK루브리컨츠가 중국에 처음 발을 내디딘 때는 분사 전인 2003년이었다. 윤활유사업을 위한 중국법인을 세우고, 장쑤성과 톈진 등 2곳의 임가공 공장에서 제품을 배합해 중국 전역에 ZIC 브 랜드 윤활유 제품을 판매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SK가 추구하는 차이나 인사이더가 아니 었다. 최태원 회장은 2006년 6월 임원과의 대화 중 “글로벌리티를 높이기 위해서는 해외시장 진 출이나 투자, 매출을 늘리는 것 외에도 언어, 생활습관 등 문화적인 측면도 함께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언어, 생활습관 등 문화적인 측면까지 철저하게 현지화돼야 할진대, 완제품 공장 하나 없이 중국을 공략한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지 않을까. SK루브리컨츠는 2012년 상반기부터 중국 톈진 윤활유공장을 가동했다. 당시 국내 판매량의 절 반을 상회하는 수준인 연간 8만 톤의 윤활유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였다. 무엇보다 국내 에너지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해외에 건설하는 독자 윤활유 완제품 공장이었다. 남다른 혁신 DNA를 다시 한번 발휘함으로써 중국 현지에서 생산-유통-판매까지 가능해졌다. 안정적 수급 관리와 효과적 품질 관리는 물론 SK루브리컨츠의 최대 해외시장인 중국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모멘텀이 아닐 수 없었다. 중국 로컬 자동차기업, 한국 자동차 메이커 및 글로벌 완성차기업들까지 각축을 벌이고 있는 중국시장에서 직접 생산시설을 구축해 현지 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는 것은 무엇보다 큰 무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중국은 만만한 시장이 아니었다. 의욕적으로 윤활유 키우기에 나섰지만 글로벌 최대 시장인 중국을 뚫기는 쉽지 않았다. 중국 윤활유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약 5,600만 배 럴의 세계 2위 수준이었다. 2025년에는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당연히 중국 정유사들은 물론 글로벌 정유사들의 자리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셸 루브매치 (Shell LubeMatch), 엑손모빌(Exxon Mobil) 등 내로라하는 정유사들이 정면승부를 벌였다. 중국 윤활유시장에서 딥 체인지는 어떻게 이뤄내야 할 것인가. SK루브리컨츠가 선택한 해법은 249 SK INNOVATION 60YEARS HISTORY BOOK 상하이에 문을 연 SK윤활유 플래그십 스토어(2017.11) New ZIC 론칭 행사(2015.9)250 CHAPTER 3. NEW VALUE 글로벌 일류 에너지·화학기업을 향한 도전 2009-2016 마케팅 역량강화였다. 애프터마켓 공략으로 윤활유 브랜드 ‘ZIC’의 인지도와 제품 판매를 동시에 높여 글로벌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가겠다는 승부수를 띄웠다. 2017년 11월 SK루브리컨츠는 글로벌 메이저 타이어 제조 업체인 미쉐린과 손을 잡았다. 미쉐 린의 자동차 애프터마켓 서비스 네트워크인 ‘타이어플러스’를 통해 SK루브리컨츠의 변속기용 윤 활유 제품 4종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 중국 전역에 분포된 1,500개의 판매망을 기반으로 ZIC 제품 전반의 판매 확대를 겨냥했다. 같은 달, 중국 최대 도시인 상하이에 자체채널도 확보했다. 홍차오 공항에서 상하이 시내로 진입하는 주 도로에 ‘SK윤활유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해 브랜드 인지도 까지 함께 끌어올렸다. ZIC 제품 판매는 물론 종합 자동차 정비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차별화된 서 비스로 중국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혁신기업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었다. 현지 생산공장 가동, 글로벌 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마케팅 역량강화, 자체 유통망 확보로 브랜 드 인지도 제고 및 제품 판매 확대로 이어진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의 활약 속에 SK루브리컨츠는 중국 윤활유시장에서 ‘윤활’하게 성장가도를 달렸다. 057. ‘ZIC’ 해외 첫 수출, 로열티 받는 브랜드로 대한석유공사 시절인 1963년 미국 GULF와 상표사용계약을 체결하고 국내에 윤활유 공급을 시작 한 이후 유공시절인 1984년 GULF가 셰브론(Chevron)에 흡수 합병됨에 따라 새로운 기술도입선 으로 미국 에쏘(ESSO)를 선택해 1986년 기술도입 계약을 맺고 ESSO 브랜드로 전환했다. 대한석유공사 시절에도, 유공시절에도 해외 브랜드를 빌려 윤활유를 팔아오면서 매출은 늘어 도, 자존감은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윤활유시장을 주름잡는 선진국 정유업체들에 비하면 자체 브 랜드를 내세울 경쟁력이 없었던 탓이다. 이를 악물고 윤활유 독자 기술개발에 성공한 후 1996년 4월, 1986년 체결한 ESSO와의 기술 및 상표사용 계약을 해지하고 역사적인 ZIC 브랜드 시대를 연 지 약 20년. SK루브리컨츠는 마침내 ZIC를 로열티 받는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2015년 5월, SK루브리컨츠는 사우디아라비아 윤활유 업체인 라빅퍼스트 루브리컨츠와 윤활유 브랜드 ZIC의 사용허가 계약을 맺었다. 출시 20년 만에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브랜드 파워 를 인정받는 쾌거를 이뤘다. 자사 브랜드를 해외에 수출하는 것도 국내 최초였다. 라빅퍼스트 루브리컨츠(Rabigh First Lubricants Co.Ltd)는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윤활유사업을 확대하기 로 하면서 ZIC 브랜드를 도입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동시에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브랜드 ZIC의 위상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 윤활유시장은 국영 페트로민(Petromin)과 훅스(FUCHS), 셸(Shell), 엑 손모빌(Exxon Mobil) 등 외국계 메이저 회사들이 전체 시장의 94%를 점하고 있었다. 그 유수의 251 SK INNOVATION 60YEARS HISTORY BOOK 글로벌 브랜드들 사이에 SK루브리컨츠의 ZIC가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이었다. 21세기(21C)를 의 미하는 이름처럼 21세기에 드디어 세계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세계무대의 중앙에 섰다. 더욱이 사 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 및 북아프리카 윤활유시장은 브릭스(BRICS) 국가 중 인도, 중국 다 음으로 성장잠재력이 컸다. SK루브리컨츠의 글로벌 영향력을 넓히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ZIC를 세계 어느 나라보다 사랑한 또 다른 나라는 러시아였다. SK루브리컨츠는 1998년부터 러 시아 윤활유 시장에 진출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꾸준히 높여왔다. 동시에 끊임없는 기술 개발로 소비자들의 높은 신뢰를 얻었다. 최저 기온이 영하 40도 수준인 러시아 기 후 특성에 맞춰 저온 시동성을 강화해 큰 호응을 받았다. 어느덧 러시아는 중국 다음으로 큰 판매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한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에는 러시아에서 최고의 윤활유제품으로 평가받기에 이르렀다. 러시아 최고 권위의 자 동차전문지인 <자롤룸(Za Ruleum)>과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이 공동조사한 윤활유제품 평가에 서 엑손모빌, 캐스트롤(BP) 등 유수의 글로벌 윤활유업체들을 제치고 ZIC가 최고 제품으로 선정 된 것. 2018년에 이어 2019년 12월 러시아 ‘국민 브랜드(Narodnaya Marka)’에 2회 연속으로 선정됐 다. 러시아 ‘국민 브랜드’는 1998년부터 러시아 연방 상공회의소와 국민 브랜드 조직위원회가 주 관해 브랜드 인지도, 신뢰도를 평가하는 러시아 대표 브랜드 인증으로, 윤활유 분야는 2015년부 터 2년마다 선정해 왔다. 단순히 브랜드 인기 투표가 아닌 소비자들이 인지하고 있는 제품 중 최 고 품질을 지닌 브랜드를 선정하는 최고 권위의 상이기에 기쁨은 배가됐다. 해외 기업으로서 ‘국민 브랜드’ 로고를 붙일 수 있는 자격은 아무나 얻는 것이 아니었다. 기후에 특화된 제품 개발로 품질 신뢰도를 높여 ‘혹한의 땅’에서 살아남은 결과였다.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의 최대 격전지인 북미시장에서도 굵직한 결실을 맺었다. 2013년 12월 글 로벌 메이저 자동차그룹 GM에 엔진유 공급자로 최종 선정되며, 2009년 자동변속기유 공급에 이 어 또 하나의 성과를 창출했다. 엔진유 신규 공급을 따내기까지는 산 넘어 산이었다. 엔진유시장이 자동변속기유시장보다 50 배가량 큰 시장인 만큼 반드시 뚫어야 하는 것은 분명했지만 셸, 토탈 등과 같은 글로벌 경쟁사들 과의 경쟁은 쉽지 않았다. 더욱이 GM의 품질 테스트는 까다롭기로 유명했다. 매 순간이 긴장의 연 속이었다. 결국 SK루브리컨츠는 독자 개발한 윤활기유 ‘유베이스(YUBASE)’를 기반으로 한 기술 경쟁력과 그동안 GM에 자동변속기유를 공급하며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GM에 엔진유 공급이 라는 이정표를 세우는 데 성공했다. 2015년 9월, SK루브리컨츠는 국가대표 엔진오일 ZIC의 스무살을 맞아 ‘New ZIC’를 론칭했다. 각국의 환경규제 강화, 차량과 엔진의 고급화·소형화 등 시장변화를 고려해 기존 제품의 라인업 을 재정비하고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것. 국내 윤활유의 대명사에서 글로벌 톱 윤활유 전문회사로, New ZIC와 함께 SK루브리컨츠는 또 한 번의 퀀텀점프를 위한 도약의 발판에 섰다. 252 CHAPTER 3. NEW VALUE 글로벌 일류 에너지·화학기업을 향한 도전 2009-2016 19 직원과 협력업체 모두 행복 동행 중소협력업체 상생 마스터플랜을 철저히 실천해 업계 처음으로 동반성장지수 10년 연속 최고등급을 받았다. 근무시간이나 휴가 선택에 대한 재량권을 넓히고 불필요한 연장근무를 없애는 등 종전의 워 라밸 개념을 뛰어넘는 ‘행복경영체제’를 추구했다. SK와 최태원 회장의 핸드볼 사랑은 ‘우생순’ 신화 의 감동을 생생히 기억하는 스포츠계와 팬들에게 핸드볼 육성이라는 선물을 선사하고 있다.253 SK INNOVATION 60YEARS HISTORY BOOK # 장면 1. “회장님의 워라밸 점수는 몇 점인가요?” “음… 꽝입니다.” 최태원 회장은 2019년 1월 서울 SK그룹 서린사옥에서 열린 ‘행복토크’ 행사에서 자신의 워라밸 점수를 60점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까지 그렇게 일하라는 건 절대 아니다. 그렇게 말 하면 꼰대”라고 덧붙였다. 아이 셋을 둔 아빠라고 자신을 소개한 직원은 남성 육아휴직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물었다. 최 회장은 “애 셋 아빠에게 일단 박수!”라고 한 뒤 “육아와 일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좋은 ‘상품’을 함께 고민해 만들어 보자”라고 제안했다. 특히 “직장생활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고, 조직·사람·제도를 바꾼다고 긍 정적 변화가 한 번에 생기지도 않는다. 긍정적 변화를 효과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 요하고 작은 해결방안이라 하더라도 꾸준히 찾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장면 2. “SK가 있음으로 해서 모든 이해관계자가 행복해져야 한다는 것이 경영이념입니다.” 2010년 ‘상생 CEO 아카데미’ 9월 행사에 참석한 최태원 회장은 “협력업체 덕분에 SK 각 관계사 가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한 행복 동반자 경영은 SK가 천명한 경영”이라고 밝혔다. 이날 3명의 발표와 6명의 질문이 이어지는 동안 최태원 회장은 A4용지 3쪽 정도를 직접 메모 해 답변사항을 준비했다. 최태원 회장의 선창과 협력업체 CEO들의 제창으로 진행된 건배사는 ‘함 께하는 성장, 같이하는 행복’이었다. 058. 가족이 좋아하는 회사,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 언젠가부터 ‘저녁이 있는 삶’이 화두에 오르더니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은 어느새 우리 사회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밥 먹듯이 야근을 하며 압축 고도성장을 이뤄온 기성세대에게는 낯설 터, 그러나 일과 삶의 균형은 이제 직장인들에게 회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 다. 물론 한국 사회에서 워라밸 문화의 정착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차차 일과 가정생활이 균 형을 갖춰야만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회사차원에서도 워라밸 실 현을 추구하기 시작했다.254 CHAPTER 3. NEW VALUE 글로벌 일류 에너지·화학기업을 향한 도전 2009-2016 ‘1등 에너지기업’ SK이노베이션은 가족친화경영에서도 ‘으뜸’이었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 도록 구성원 고유의 삶의 영역을 지원하고 인정해 주는 지원제도 확대에 힘을 쏟았다. 2004년 제 주에서 열린 그룹의 CEO 세미나에서 기업이념을 ‘이윤 극대화’에서 ‘행복 극대화’로 변경하고 ‘행 복경영’을 추진한 것과 궤를 같이하는 제도를 잇따라 내놓았다. 정유사 최초로 출퇴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선택적 근무제’를 도입하고, 근무시 간을 스스로 입력 및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 시스템’을 제공했다. 불필요한 초과근로가 발생 하지 않도록 업무시간 이후에는 ‘PC Off’ 제도를 운영했다. PC Off 제도 도입이라는 작은 시도는 큰 변화를 불러왔다. 임원 등 상사들은 직원들이 불필요한 연장근무를 하지 않고 근무시간 내에 업무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명확한 업무지시를 내렸다. 또 업무 시한성 관리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직원들은 근무시간 내 업무를 마무리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하며 업무에 몰입했 다. 자연스럽게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이 올라갔다. 일을 시키는 사람도, 일을 하는 사람도, 일을 관 리하는 사람도 모두 만족해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확보하기 위해 휴가·휴직제도에 대한 개선도 이뤄졌다. SK이노베이션은 개인 이 자유롭게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휴가신고제를 실시했다. 2010년 여름, 당시 구자영 부회장 은 가장 먼저 2주간의 휴가계획을 알렸다. 구성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재충전의 기회로 삼 아 편히 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솔선수범하기 위해서였다.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얻어야 할 것은 행복이며, 일하는 과정에서 행복감을 얻을 수 있는 경영환경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강조한 최태원 회장의 행복경영론이 구성원들의 피부에 와닿을 수 있게 제도화됐다. 그 효과로 임직원뿐만 아니라 그 가 족의 행복까지 챙길 수 있었다. SK이노베이션은 에너지기업의 특성상 남성 직원이 더 많다. 이에 여성 직원들의 일과 생활 균 형을 위한 지원제도로 회사에 대한 만족감을 높였다. 임신 초기 또는 출산 직전에 있는 여성 직원들에게 최소 1개월, 최대 3개월의 ‘출산 전 휴직’을 제공하고 나섰다. 출산 전 휴직은 임신 후반부에 출산 휴직과 함께 사용할 수 있으며, 출산 휴직은 최대 90일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뿐만 아니라 출산휴직 신청 시 육아휴직 1년이 자동신청 되는 제도를 마련했다.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육아부담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여성 직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여성에게 집중된 육아·양육지원을 양성 모두에게 확대하고자 하는 노력에도 팔 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을 적극 장려했다. 또 미취학 어린 자녀를 둔 구성원들을 위해 사내 어린이집을 개원했다. 서울 서린동 본사는 물 론 대덕에 위치한 GT, 울산CLX까지 전국 3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개원 초기부터 유아들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추구했다. 모든 공간을 무독성 페인트와 감성 조명으로 꾸미고 친환경 식재료를 사 용하는 등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 특히 일반 사설 어린이집과 달리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 을 열어놓고 있다. 구성원들이 안심하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직원들이 출근255 SK INNOVATION 60YEARS HISTORY BOOK 2012년 가족친화 우수기업 인증 및 정부포상 수여식(2012.12.3) 협력회사와 함께하는 산업재해 예방 업무협약 및 다짐 선언식(2013.5)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