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226 CHAPTER 3. NEW VALUE 글로벌 일류 에너지·화학기업을 향한 도전 2009-2016 16 K-배터리, 날개를 활짝 펴다 배터리사업은 SK이노베이션의 미래 방향타를 좌우할 핵심 아이템이다. 2000년대 이후 그룹 차원 에서 배터리를 미래 먹거리로 지목하면서 기존 석유·화학에서 녹색에너지 쪽으로 주력사업의 관심이 크게 옮겨갔다. SK의 비교우위는 배터리 시스템의 전극과 분리막 제조기술이었다. 2009년 다임러 벤츠와의 배터리 공급계약을 통해 첫 해외수주라는 쾌거를 이뤘다. 이듬해에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본격적인 국산 전기차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227 SK INNOVATION 60YEARS HISTORY BOOK SK이노베이션은 2012년 9월 충남 서산에 전기차 배터리 전용 공장을 세웠다. 공장 입구에 들어 서면 배터리사업에 대한 최태원 회장의 관심이 얼마나 지대한 지 엿볼 수 있는 글귀가 눈에 띈다. “모든 자동차가 우리 밧데리로 달리는 그날까지, 휘발유를 대체하는 그 순간까지 SK밧데리 TEAM은 계속 달립니다. 나도 같이 달리겠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최태원 회장, 2012) 이 말은 사실 2011년 6월 최태원 회장이 당시 배터리사업을 담당하고 있던 SK이노베이션 지금 의 환경과학기술원(당시 글로벌테크놀로지)을 방문해 남긴 글이다. 당시 최태원 회장은 직접 방진 복을 입고 자동차 배터리 생산라인에 들어갔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생산기술에 대해 보고를 받는 한편 생산된 제품을 일일이 점검하기도 했다. 그리고 배터리 연구인력의 명함을 모아 만든 패널에 “나도 같이 달리겠다”라는 글귀를 썼다. 전기차 배터리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배터리사업에 대한 추진의지는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도 못지 않았다. 2012년 초 그는 SK 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팀장 앞으로 한 통의 편지를 썼다. “차에 연료를 채우는 것이 아니고 집이 나 사무실에서 자동차를 충전하는 시스템에 리딩 역할을 해내자”라며 “저는 이미 그렇게 마음을 먹었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력한 의지는 빠른 실행으로 이 어졌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배터리사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주목하고 사업기획과 투자확대 를 주도했다. 그룹 차원에서 배터리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지목함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주력사업의 방향타 를 정유업에서 녹색에너지 분야로 돌렸다. 벙커C유 등 중질유를 휘발유 등 경질유로 변환시키는 고도화 사업에 수조 원을 투자하던 경쟁사들과는 가는 길이 달랐다. 배터리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다시 미래를 위한 혁신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 051. 배터리사업 해외 첫 수주 쾌거 자동차를 움직이려면 뭐가 필요할까? 당연히 ‘기름’이다. 하지만 그 대답이 ‘전기’로 바뀌는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아니, 이미 상당한 진행이 되어 있다. 사실 전기차는 가솔린 자동차보다 먼저 개 발됐다. 프랑스의 르노가 내연기관을 개발한 것이 1860년, 이보다 앞선 1834년에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앤더슨이 최초의 전기차를 만들었다. 그러나 전기차는 1930년대에 시장에서 사라져 갔다. 대량 생산체제를 구축한 내연기관 자동차가 도로를 점유했기 때문이다. 이후 내연기관에 의한 환경오염 문제가 전 지구적 문제로 대두했다. 그러자 전기차가 자연스럽228 CHAPTER 3. NEW VALUE 글로벌 일류 에너지·화학기업을 향한 도전 2009-2016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용 배터리를 탑재한 미쓰비시후소의 칸터 에코 하이브리드(2012.5) 배터리 생산시설 방문 당시 최태원 회장 친필 메시지(2011.6)229 SK INNOVATION 60YEARS HISTORY BOOK 게 다시 대안으로 떠올랐다. 전기차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는 테슬라가 2003년 설립되고, 2010년 대 들어 GM의 볼트, 닛산의 리프, BMW의 i3 등 전기차들이 속속 출시됐다. 전기차 시대의 본격적 도래였다. SK이노베이션이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9년이었다. 1982년 에너지 축적배터리시스템을 미래 신규사업으로 선정하고, 1985년 유공 기술지원연구소 설립을 통해 연 구의 기틀을 닦았다. 그리고 1986~1987년 경영계획을 통해 배터리 연구의 기본 방향을 설정했다. 이 같은 사실은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만든 전시장에서 공개된 ‘1987년 경영계획’을 통해 다시 입 증된 바 있다. 이후 각종 언론보도와 사내 매체 등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1990년대 초부터 본격적인 배터리 개발을 시작해 2006년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배터리(중대형 리튬이온)를 미국 에서 실제 차량에 탑재, 시험가동을 성공적으로 끝낸 후 대량생산 기회를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자동차의 핵심은 전기구동과 에너지 저장기능을 하는 배터리시스템 이다. SK이노베이션의 강점은 고유의 전극과 분리막 제조기술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자동 차 메이저 업체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배터리를 개발해 세계시장 진출을 타진했다. 미국 컨설팅 회사인 프로스트앤설리번(Frost & Sullivan)에 따르면 전기자동차의 세계시장 규 모는 2010년 1만 6,000대에서 2015년에는 115만 6,000대로 100만 대 규모를 넘길 것으로 예측 됐다. 그 후 2년 만인 2017년에는 200만 대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전기자동차 시장의 연평균증가율은 98.5%에 달할 것으로 기대됐다. 문제는 시기였다. SK이노베이션은 리튬이온배터리 관련 핵심기술을 모두 보유한 국내 유일의 회사였다. 2005년부터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 개발을 본격화해 분리막 등 핵심소재와 배터리 팩·모듈 제조기술까지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내 타사들이 그룹 관계사에 전자제품 자체 수요 를 기반으로 소형 배터리사업으로 매출을 달성하던 것과 달리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자체 수요 를 갖고 있지 않았다. 아직 시장이 열리지 않은 중대형 배터리사업에서 충분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대한 공급 레퍼런스를 갖는 일이 급선무였다. 2009년 5 월 대덕기술원에 배터리 자동화 양산 1호 라인을 구축해 생산체계까지 만반의 채비를 갖췄다. 이 와 함께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각도로 접촉을 시도했다. 어차피 어렵다면 정공법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성능, 품질 등에 대한 요구수 준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다임러그룹을 뚫기로 했다. 2009년 7월 다임러그룹 산하 미쓰비시후소 (Mitsubishi Fuso)의 하이브리드 트럭에 장착될 리튬이온배터리 공급업체 선정을 위한 워크숍이 일본에서 열렸다. 미쓰비시후소는 1932년 설립돼 2007년 기준 약 19만 대의 버스 및 트럭을 판매한 중대형 차량 제조업체로 독일의 다임러그룹과 일본의 미쓰비시그룹이 각각 85%와 15% 지분을 보유하고 있 었다. 자동차의 성능과 품질에 관한 한 최고라고 자부하는 독일과 일본이 만났으니, 그 기준이 얼230 CHAPTER 3. NEW VALUE 글로벌 일류 에너지·화학기업을 향한 도전 2009-2016 마나 높을 것인가. 워크숍 직전 SK이노베이션 관계자들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 행사장 로비에서 손잡고 기도할 정도였다. 진짜 평가는 워크숍 이후부터 시작됐다. 모든 성능과 사양을 만족시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 다. 거기에 공정, 생산, 품질관리 측면에서도 역시 요구수준이 높았다. SK이노베이션은 최선을 다 해 미쓰비시후소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며 신뢰를 쌓아 나갔다. 고객 측에서 불만사항을 제기하면 즉시 대안을 만들기 시작해 다음 날 바로 제시할 정도로 즉각 대응했다. 다임러그룹 담당자는 SK 이노베이션의 빠른 대응 속도에 매우 만족하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점차 기술개발 능력을 신뢰하게 됐음은 물론이다. 특히 배터리 팩 시험과정 중 과충전된 상황 에서도 불이 나지 않자 SK이노베이션의 기술력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지속적으로 고객 불만사항 을 해결할 수 있는 배터리 셀을 제안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기존에 축적하고 있던 기술력을 총 동원했다. 그 결과 2009년 10월 다임러그룹 미쓰비시후소와 중·대형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리튬 이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마침내 배터리사업에서 해외 첫 수주라는 결실을 거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당시 세계 최고의 기술로 앞서가고 있던 많은 일본 경쟁업체들을 물리쳤다. 이 같은 수주소식에 국내업계는 물론 세계시장도 놀랐다. SK이노베이션 내부에서도 기적이라 부를 정도로 감격스러운 해외 첫 수주였다. 다임러그룹 산하 상용차 업체인 미쓰비시후소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은 SK이노베이션은 다임 러그룹의 승용차라는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2011년 1월 SLS AMG의 전기차 모델 E-CELL 에 리튬이온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SLS AMG E-CELL은 다임러그룹이 2010년 디트로이트 모터쇼를 통해 공개한 Gull-Wing 타입의 최첨단 전기 슈퍼카 모델이었다. 차체 앞뒤에 각각 2개씩 총 4개의 전기모터를 장착해 최고 출력 39kW, 최대 토크 약 90kg·m로 폭발적인 힘을 발휘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단 4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은 다임러 그룹의 슈퍼카에 배터리를 공급하게 되면서 단숨에 세계적인 배터리 제조기업으로 부상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배터리사업부를 신설하고 배터리사업 확대에 나섰다. 더 많은 글로벌 자동차기업들과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힘썼다. 전기차 배터리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 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2012년 5월에는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한 전기차용 배터리를 탑재한 다 임러그룹 미쓰비시후소의 하이브리드 트럭 ‘칸터 에코 하이브리드(Canter Eco Hybrid)’가 일본에 서 판매를 시작했다. 2009년 10월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은 이후 약 2년 반 만의 결실이었다. 그리고 2016년 2월, SK이노베이션은 다임러그룹 메르세데스-벤츠의 주력 전기차에 리튬이온 배터리 셀의 대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다시 한번 글로벌 수준의 기술경쟁력을 확인하는 순간 이었다. 벤츠의 단일 전기차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차종의 다양한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했다. 당시 다임러그룹은 전기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전기차 라인업 구축에 나 서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2017년부터 출시할 새 전기차 모델에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장착하기231 SK INNOVATION 60YEARS HISTORY BOOK 로 한 것이었다. 앞서 지속적인 협력으로 기술력을 검증받으며 쌓아온 신뢰가 큰 밑거름이 됐다. 사실 SK이노베이션과 벤츠 모두 각각 화학과 자동차 부문에서 최고 기업으로 인정받지만, 전기 차 분야에서만큼은 후발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이에 그 한계를 뛰어넘어 선두기업으로 도 약하려는 양사의 전략은 딱 맞아떨어졌다.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해 전기차와 배터리 사 업에 가속을 붙였던 것이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내에서 한 단 계 높은 지평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052. 순수 전기차 국책사업 참여로 국산화 선도 2009년 배터리 공급계약 첫 해외수주라는 성과를 올린 SK이노베이션은 2010년 본격적인 국산 전기차 시대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그해 2월 지식경제부의 국책과제인 전기차 프로젝트에 현대 자동차와 공동으로 참여하게 된 것. 당시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기치 아래 전기차를 집중 육 성하고 있었다. 지식경제부가 추진한 ‘소형 전기자동차 상용화 기술개발’ 국책과제에는 현대자동차, 현대모비 스 등이 참여했다. 그중 리튬이온배터리 시스템 분야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단독 선정됐다. 국내 최초로 상용화될 순수전기차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장착되는 이정표를 세울 수 있는 기회 였다. 그러나 당시 현대자동차도 순수전기차 개발은 처음이었다. 때문에 프로젝트는 난관의 연속 이었다. 배터리를 비롯한 모든 부품을 새로 개발해야만 했다. 게다가 SK이노베이션은 세계 최초로 대용량 50Ah급 대형 배터리 셀을 개발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새로운 부품이었던 만큼 모든 현상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철저하게 분석하고 대응했다. 현대자동차의 요구사항도 만만치 않았다. 처음 시도하는 순수전기차 개발인 만큼 다양한 실험 을 요청해 왔다. SK이노베이션은 힘든 과정이었지만 자존심을 걸고 도전했다. 결국 한계를 넘어서 는 데 성공했다. 2010년 9월 국산 1호 고속전기차인 현대자동차의 ‘블루온’이 처음 공개됐다. 최고 속도 130km/h로 일반 내연기관처럼 모든 도로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 1호였다. ‘블루온’에는 SK이 노베이션이 개발한 16.4kWh 용량의 전기차 전용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가 탑재됐다. 최고 출력 은 50kW, 최대 토크는 21.4kg·m였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15초로, 당 시 가솔린 자동차의 가속 성능을 고려하면 우수한 성능이었다. 이에 앞서 2010년 7월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최초의 고속전기차 양산모델인 ‘레이’의 공급업체 로 선정됐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시장 지각변동의 예고편이었다. 2011년 12월 출시된 ‘레이 EV’에 는 SK이노베이션의 16.4kWh 리튬이온 배터리가 장착됐다. 1회 충전에 160km까지 주행이 가능 하며, 시속 130km로 주행할 수 있었다. SK이노베이션은 기존 휘발유 차량과 동등한 속도를 내는 고속 전기차 양산 프로젝트에 배터리를 탑재하며 국내 순수전기상용차 배터리 시장에서 한발 앞232 CHAPTER 3. NEW VALUE 글로벌 일류 에너지·화학기업을 향한 도전 2009-2016 서 나가게 됐다. ‘블루온’과 ‘레이 EV’ 출시로 국산 전기차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아직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탓 에 주로 관공서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보급됐다. SK이노베이션은 대기업 최초로 순수전기차 레 이를 업무용 차량으로 도입해 전기차 저변 확대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국내 전기차 대중화를 앞 당긴 모델은 기아자동차가 2014년 4월 출시한 ‘쏘울 EV’였다. ‘쏘울 EV’는 ‘레이 EV’보다 용량이 크게 늘어난 27kWh 리튬이온배터리를 탑재했다. 1회 충전으로 148km를 달릴 수 있었다. 최고 속 도도 145km/h까지 상승하면서 국산 전기차로는 처음 글로벌시장에 진출했다. 국산 전기차를 최초로 글로벌시장에 진출시킨 그 배터리도 바로 SK이노베이션의 제품이었다. SK이노베이션과 기아자동차는 2012년 7월 전기차 보급과 개발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후 글로벌 친환경 차량 개발을 위한 배터리 개발에 전력투구했다. 그 결과 SK이노베이 션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밀도를 갖춘 27kWh 리튬이온배터리를 ‘쏘울 EV’에 장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기아자동차는 ‘쏘울 EV’ 1호차를 SK이노베이션에 전달했다. 배터리 개발과 공급으로 국 산 전기차 상용화 시대를 앞당긴 공로를 크게 평가하며 글로벌시장 개척의 파트너로서 굳건한 신 뢰를 보냈다. 053. 배터리 상업생산 공장 첫 준공과 국내 생산거점 확대 SK이노베이션은 2009년 다임러그룹 미쓰비시후소의 하이브리드 트럭에 장착될 리튬이온배터 리 공급업체 선정을 앞두고 그해 5월 대덕기술원 내에 회사 최초로 자동화 양산라인을 구축했다. 연간 100MWh 규모였다. 순수전기차 기준으로 연간 5,000대, 하이브리드 전기차 기준으로는 10 만 대 생산이 가능했다. 전자동 상업 생산라인이면서 국내 최초로 모든 공정을 100% 국산화한 설 비였다. 이후 2010년 현대기아동차의 ‘블루온’과 ‘레이’에 이어 2011년 다임러그룹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급 사양 전기 스포츠카의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되면서 배터리 상업생산 규모를 크게 확충 할 필요성이 대두했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었다. 수천 억 원의 투자는 과잉 투자라는 우려를 받기 십상이었다. 그럼에도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퀀텀점프’해온 SK의 DNA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발휘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착화되고 있던 장기 침체도 거칠 것이 없었 다. “세계경제 위기의 불황 속에서 오히려 미래 먹을거리에 대한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라는 최재원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층의 집념은 확고했다. 2011년 5월 2,500억 원을 투자하는 배 터리 서산공장의 첫 삽을 떴다. 배터리공장은 서산시 지곡면 서산일반산업단지 내에 터를 잡았다. 핵심소재인 분리막공장이 위치한 증평과 가까운 곳이었다. 23만 1,000㎡(7만 평)에 이르는 부지에 연면적 5만 3,508㎡(1만 233 SK INNOVATION 60YEARS HISTORY BOOK 충남 서산 배터리공장 준공식(2012.9.18) 기아자동차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선보인 쏘울 EV(2014.4) 234 CHAPTER 3. NEW VALUE 글로벌 일류 에너지·화학기업을 향한 도전 2009-2016 5,000평) 규모로 전기차 1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전극 800MWh, 조립 200MWh 규모의 생산능 력을 갖췄다.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전극·셀·팩(Pack)까지 일관 양산하는 체계를 완비한 것. 2012년 9월 배터리 서산공장이 준공됐다. SK이노베이션은 대덕 1호라인을 포함해 총 300MWh 규모의 양산능력을 확보했다. 이로써 순수 고속전기차 기준 연간 1만 5,000대 이상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며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메이저 플레이어(Major Player)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연구개발을 맡은 대전 GT(Global Technology)와 배터리 핵심소재(LiBS) 를 생산하는 증평공장, 서산공장이 함께 삼각 벨트를 구축하며 ‘배터리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완 성했다. 서산공장은 100% 가동률로 24시간 제품을 생산했다. 2014년 기아자동차의 전기차 ‘쏘울 EV’ 와 중국 베이징자동차의 전기차 ‘EV200’, ‘ES210’에 대한 공급물량 증가 덕분이었다. 특히 기아자 동차 ‘레이 EV’(1,056대)와 ‘쏘울 EV’(385대)까지 2014년 국내 보급 전기차 2,703대 중 절반 이상 이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탑재하고 전국을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주변 상황이 만만치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2014년, 37년 만의 적자를 기록하고 말 았다. 누가 봐도 훗날을 기약해야 할 때였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혁신의 한계를 짓지 않았다. 배터리 기술력에 대한 확신 속에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에 모험을 걸기로 했다. 기후변화의 위기 로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유럽, 미국 등을 중심으로 전기차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었다. 2020년에는 600만 대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었다. 가까운 중국 또한 2020년까 지 누적기준 500만 대의 전기차를 보급하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됐다. 내부적으로 어려운 경영여건이지만 오히려 과감한 투자로 배터리사업의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지금 후퇴하면, 미래는 없었다. 2015년 7월 서산공장의 설비를 기존보다 2배 규모로 증설하는 공사를 마쳤다. 기존 연산 1만 Memoir 60주년 추억담 언제나 우리를 바라보고 지켜주는 큰 바위 얼굴 윤형조 SK온 O/I담당 ● 제목을 보고 ‘자기 이야기를 하려는구나’ 하고 웃음지으실지 모르겠네요. 제 얼굴이 크긴 큽니다만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건 나다니엘 호손이 쓴 ‘큰 바위 얼굴’입니다. 어느 마을에 큰 바위 얼굴이라는 거대한 바위산이 있는데 언젠가 그걸 닮은 얼굴의 위대한 인물이 등장할 거라는 전설을 믿고 평생을 살아간 주인공 이야기입니다. 탐욕스러운 재력가인 Gather Gold와 Old Blood and Thunder라는 장군, Old Stony Phiz라는 유명 정 치가를 만났지만 큰 바위 얼굴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주인공은 늙었지요. 그런데 우연히 만난 한 시인이 ‘당신이 큰 바위 얼굴을 닮았다’고 했지만 ‘아니다. 나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나타날 거다’라고 이야기하며 소설은 끝납니다. 언제 나 거기 있으면서 우리를 바라보고 지켜주는 SK라는 거대한 바위를 보면서 자랐습니다. 우리는 어느덧 이 큰 바위 얼 굴을 닮아가고 있을지 모릅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탄소 넷제로, 사회적 가치의 선한 영향력을 전하며 세상의 큰 바위 얼굴이 되기 위해 힘쓸 것을 기대합니다. 235 SK INNOVATION 60YEARS HISTORY BOOK 5,000대 분량(300MWh)의 2배인 전기차 3만 대에 공급 가능한 수준(700MWh)의 설비를 확보 하고, 본격적으로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SK이노베이션은 8개월여 만에 다시 증설에 나섰다. 2016년 2월 다임 러그룹 메르세데스-벤츠의 주력 전기차에 적용될 배터리 셀의 대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 를 포함해 앞으로 7년치 이상의 공급물량을 확보하면서 생산설비를 4만 대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2016년 3월 시작한 3호 라인 증설공사를 같은 해 9월 완료했다. 전기차 기가(GWh) 배터리 시대 의 개막이었다. 생산용량을 기존 0.8GWh에서 1GWh로 끌어올리며 매년 순수전기차 4만 대를 생 산해 공급할 수 있는 전극 용량을 확보했다. “충남 서산에 2,000억 원을 투자해 배터리 생산공장을 증설한다.” SK이노베이션은 2016년 11월 서산공장 옆에 제2공장을 새로 짓는다고 발표했다. 이후 2018 년 1분기에 제2동 4·5·6호기 증설을 완료한 데 이어 8월에는 7호기 증설까지 마무리 지었다. 연 간 생산능력은 1.1GWh에서 3.9GWh로, 다시 4.7GWh로 확대됐다. 한발 더 나아가 서산 2공장에 서 생산되는 전기차 배터리는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400km에 달하고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PHEV) 기준 60km/h 이상 달릴 수 있는 3세대 EV 배터리였다. 2019년 4월 19일, 최태원 회장이 배터리사업의 첫 생산기지이자 글로벌 성장 인큐베이터 장소 인 서산공장을 방문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사업을 통해 새로운 의미의 에너지산업에서 글로벌 메이저가 될 수 있 을 것이다. 배터리사업 구성원들이 희망이고, 여러분들이 열심히 해줘서 그 꿈이 이뤄지기 시작하 고 있다.” 미국, 중국, 헝가리 등 글로벌 전초기지들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하나씩 결실을 이루고 있다. SK 이노베이션이 대한민국 전기차 배터리산업의 리딩기업을 넘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시장의 게임 체인저로서 우뚝 설 날이 점점 더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다.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