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216 CHAPTER 3. NEW VALUE 글로벌 일류 에너지·화학기업을 향한 도전 2009-2016 15 따로 또 같이, 독립 경영 전략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 같은 메가 트렌드를 선도하기엔 SK에너지의 사업영역과 몸집이 비대해 졌다. 2009년 수익성 높은 윤활유사업을 분리해 SK루브리컨츠를 설립한 것을 필두로 적극적인 분 사전략을 구사했다. 일단 5개사 체제로 재편된 그룹은 각각 가벼워진 몸집을 바탕으로 전문성과 경 쟁력을 강화했다. SK에너지는 석유사업에 더해 글로벌 트레이딩 등 해외시장 개척에 더 힘을 쏟았다. SK종합화학은 석유 일변도에서 벗어나 신소재 개발에 힘쓰기로 했다.217 SK INNOVATION 60YEARS HISTORY BOOK “살아 남는 종(種)은 강한 종이 아니고, 똑똑한 종도 아니다. 변화에 적응하는 종이다.” It is not the strongest of the species that survive, nor the most intelligent, but the one most responsive to change. (찰스 다윈 자연생물학자·진화론자) 이 명언은 다윈이 주장하는 진화론 전체를 짤막하게 요약해 표현한 말이다. 공룡은 한때 지구상 에서 가장 강한 생명체였지만 멸종했다. 여러 가지 공룡 멸종 이유 중 유력한 설은 기후변화다. 주 어진 환경에 안주하면서 몸집만 키운 거대한 공룡이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해서라고 한다. 찰스 다윈이 옳았다. ‘발명왕’으로 잘 알려진 토마스 에디슨에서 시작한 GE는 거의 130년 동안 세계의 전기산업계를 제패했다. 항공기, 헬스케어, 에너지, 석유 등 대형 사업은 물론 전구와 생필 품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마치 배를 끌고 다니며 어장을 휩쓰는 것과 같아 ‘선단경영’으로 불렸 다. 그러나 공룡과 같은 거대한 몸집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변화와 혁신에 실패하면서 몰락의 길 을 걸었다. SK의 선택은 달랐다. 공룡이 죽기 전에 쪼개 ‘각자 생존’과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4차 산업혁명, 디지털화와 같은 전 세계적 메가트렌드를 선도하기에 SK에너지의 사업영역이 너 무 거대하다는 것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그 통찰력의 산물이 바로 ‘독립 경영 전략’이었다. “앞으로의 성장은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과 실행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SK이노베이션과 3개 사업회사들이 독자경영체제를 통해 동반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최태원 회장,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종합화학 3개 회사 출범식, 2011.1.3) 048. 첫 독자 경영, SK루브리컨츠 출범 SK그룹의 두 축은 오랫동안 에너지와 통신이었다. 1980년 유공을 인수하고 1994년 이동통신사 업에 진출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통신사업의 성장세가 주춤거렸다. 내수가 포화되면서 해외에 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통신산업 특성상 해외기업에 문호를 개방하는 나라 는 많지 않았다. 결국 남은 대안은 에너지뿐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SK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SK에너지의 저력이 절실 했다. 신성장동력을 끊임없이 만들어 제공해줘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내부적으 로 치열한 고민이 이어졌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에 집중하라.” “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비중이 큰 정유업에 더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218 CHAPTER 3. NEW VALUE 글로벌 일류 에너지·화학기업을 향한 도전 2009-2016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육성하더라도 매출액 중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정유업에 비하면 아무 래도 관심이 덜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결국 SK그룹은 결단을 내렸다. “이대로는 안 된다, 잘게 쪼개고 신성장동력 부분만 따로 남겨야 한다. 그래야 절실하게 신성장 동력에 온 힘을 기울일 수 있다!” 또 다른 속사정도 있었다. 신성장동력뿐만 아니라 정유업도 문제였다. 그동안 석유를 팔아온 중 동 국가들이 이제는 자기네들이 직접 석유를 정제하는 정유업과 석유화학업을 하겠다고 앞다퉈 나서고 있었다. 장기적으로 중동 국가들은 석유수출 물량을 더욱 줄일 가능성이 높았다. 원유가격 상승은 불 보듯 뻔했다. 원가는 높아지는데 경쟁자는 많아지는 진퇴양난인 셈이었다. SK는 각각의 사업을 나눠 전문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동시에 각 사마다 상황에 맞춰 신성장동 력을 찾아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말이 그렇지 매출액 40조 원(2008년 매출액 약 45조 원)이 넘는 기업을 쪼개기란 쉽지 않았다. 우선 시험적으로 윤활유사업의 분할을 추진했다. 기술경쟁력을 기반으로 전 세계 고급기유(그 룹Ⅲ)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는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자랑했다. 윤활유제품 브랜드 ZIC는 국내시장을 평정했다. 나아가 수출비중이 70%를 넘어서는 수출 선도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 었다. 2009년 10월 1일 윤활유사업을 전격 분할해 SK루브리컨츠를 출범시켰다. SK루브리컨츠는 독 자적인 의사결정과 자금조달로 기유 및 윤활유 사업을 전담하는 독립회사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최태원 회장은 SK루브리컨츠 출범식에서 다음과 같이 그 의미를 밝혔다. “윤활유사업은 SK에너지의 여러 사업 중에서 가장 독립적이고 글로벌한 사업으로, 비약적인 성 장을 계속해 왔다. 이제 더 큰 성장과 도약을 위해 SK에너지의 울타리를 넘어 더 빠르고 유연하게 변화해 나갈 때가 됐고, SK루브리컨츠의 출범으로 그 도약이 시작됐다.” 분사 이후 곧바로 SK루브리컨츠의 질주가 시작됐다. 2010년 1월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그룹인 GM의 북미지역 본부에 이어 호주법인과 잇달아 ZIC 단독공급 계약을 맺었다. 출범 후 불과 3개월 이 지난 시점이었다. GM의 독자 브랜드인 ‘덱스론VI’(DEXRON VI)에 공급할 수 있는 자동변속기 유 생산업체는 전 세계적으로 SK루브리컨츠 외 1개 업체가 유일했다. GM에 공급한 윤활유는 미 국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GM자동차에 탑재되는 규모였다. 연평균 400만 대 이상, 연간 6,000 여 만 달러에 달했다. 러시아에서도 낭보가 전해졌다. 2010년 3월 러시아 최고 권위의 자동차 전문 잡지인 <자룰롬 (Za Ruleum)>과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이 공동 조사한 윤활유 제품 평가에서 SK루브리컨츠의 ‘ZIC A+’가 최고 제품에 선정됐다. 글로벌 실적의 호조 속에 분사 효과는 수치로도 확인됐다. 분할 이전인 2009년 3분기까지 윤 활유사업부의 그해 3분기 누적매출액은 9,000억 원, 영업손실이 358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분 사 이후 2010년 3분기까지 SK루브리컨츠의 매출액은 1조 4,687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그뿐만219 SK INNOVATION 60YEARS HISTORY BOOK 그룹 사내방송 신년기획 ‘회장과의 대화’에 출연해 CIC 제도의 내용과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2008.1) SK루브리컨츠 창립기념식(2009.10)220 CHAPTER 3. NEW VALUE 글로벌 일류 에너지·화학기업을 향한 도전 2009-2016 이 아니었다. 영업이익 2,233억 원, 순이익 1,496억 원을 기록했다. 분사 1년 만에 매출액이 급증한 것은 물론 영업이익도 흑자로 들어섰다. 눈부신 ‘턴어라운드’였다. 049. SK이노베이션 이름으로 딥 체인지 출발 2010년 5월부터는 석유사업과 화학사업의 분할도 추진했다. 같은 해 6월 18일 대전 유성구 SK에 너지 연구단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시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은 “석유·화학부문 분사로 독자 적인 경영체제를 구축,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도약하겠다”라고 밝혔다. 특히 “SK루브리컨츠는 분 사한 뒤 직원들의 눈빛부터 달라졌다”라며 “SK루브리컨츠의 성공으로 독자적인 경영을 해야 변 화하는 사업환경에 빠르게 대처해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SK그룹은 딥 체인지의 일환으로 각 사업별 독립경영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2008년부터 CIC(회사 내 회사, Company in Company)제도를 도입했다. 이 같은 결과로 가장 먼저 독립한 회 사가 바로 SK루브리컨츠였다. 최태원 회장은 2008년 1월 그룹 사내방송 신년기획 ‘회장과의 대 화’에 출연해 CIC 제도의 내용과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당시 최 회장은 CIC에 대해 ‘SK행복생산공 장’이라고 명명한 바 있다. SK에너지는 2010년 5월 24일 석유사업과 화학사업의 분사 추진을 공시했다. 이후 같은 해 9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2011년 1월 1일 물적 분할을 결정했다. 11월 26일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석유사 업과 화학사업의 물적 분할이 공식적으로 이뤄졌다. 존속법인의 사명은 SK에너지에서 SK이노베 이션으로 변경됐다.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 미래 성장기반의 확보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회사 사명이 갖는 기업가치의 한계를 탈피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즉, 안하는 사업은 있어도 못하는 사업은 없다는 의미였다. 분할하는 에너지와 화학 분야 사업자 회사는 각각 SK에너지와 SK종합화학으로 사명이 결정됐다. ‘미래 성장을 위한 SK에너지의 세포분열’ 2010년 12월, 낯선 지면광고가 일제히 실렸다. 2011년 1월 SK에너지의 독자경영체제 출범을 예고하며 그 의미를 설명하는 광고였다. 해가 바뀌어 2011 년이 되자 드디어 새로운 회사의 이름이 등장했다. 바로 SK이노베이션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일반적인 지주회사와는 조금 달랐다. 주식 소유를 목적으로 설립돼 자회사 관 리만 하는 ‘순수지주회사’와 달리, SK이노베이션은 직접 담당하는 사업부문이 있는 ‘사업지주회사’ 역할을 맡았다. SK이노베이션 위에는 SK주식회사라는 또 하나의 지주회사가 존재했다. 다시 말해, SK이노베이 션은 석유사업을 담당하는 SK에너지, 화학사업을 담당하는 SK종합화학, 윤활유를 담당하는 SK루 브리컨츠 등 3개의 자회사를 거느리는 SK그룹의 에너지부문 중간지주회사인 것이다. 221 SK INNOVATION 60YEARS HISTORY BOOK SK이노베이션 계열 4사 구조는 각 사업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고 의사결정의 스피드를 제고하며 사업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 윤활유사업의 경우 그 자체 규모가 2조 원 가량에 달했다. 하지만 40조 원 정도인 옛 SK에너지 내 비중이 5%밖에 되지 않으니 밖에 서 볼 땐 윤활유 전문기업이라 생각할 수 없었다. 각각의 사업으로 나누면 전문성 강화에 좀 더 집 중할 수 있을 것이었다. 스피드와 유연성 제고 차원에서도 몇 년 새 덩치가 훌쩍 커진 옛 SK에너지 의 몸집을 가볍게 할 필요도 있었다. SK이노베이션과 정유 및 화학부문 사업자회사들의 출범식이 2011년 1월 3일 서린동 본사에서 열렸다. SK이노베이션을 구심점으로 3개 자회사들이 ‘따로 또 같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미래 성장을 가속화할 것을 대내외에 선언하는 자리였다. 이로써 기술개발 및 자원개발사업을 중심으 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추진하는 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을 담당하는 SK에너지, 화학사업을 담 당하는 SK종합화학, 윤활유사업을 담당하는 SK루브리컨츠의 4사 체제가 공식 출범했다(2022년 11월 기준, 기술개발사업 외 모든 사업은 단독법인으로 분사). 석유, 화학, 윤활유사업을 각각 분사시킨 SK이노베이션은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추진하 는 전략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석유개발을 위한 E&P(Exploration & Production), LiBS(Lithium-ion Battery Separator)를 포함한 정보전자소재사 업, 미래에너지사업인 배터리사업 및 연구개발 등 기술개발사업으로 정했다. SK에너지로 분사하는 석유부문은 지금까지의 정제 위주에서 벗어나는 데 주력했다. 글로벌 트 레이딩과 마케팅 개념을 더해 시장을 세계로 넓힌다는 방침을 세웠다. 화학부문인 SK종합화학은 석유 정제에서 원료를 얻는 의존형 생산에서 벗어나 R&D를 통해 프리미엄 신소재를 생산하는 쪽 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나갔다. 독자경영체제 출발 원년인 2011년 SK이노베이션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매출액 68조 3,711억 원, 영업이익 2조 8,423억 원, 당기순이익 3조 1,758억 원을 기록했다. 분사한 자회사들의 독립경영체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한 결과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도 구분1960년 대한석유공사 1980년 유공 인수 1990~2011년 SK 소속 성장 2011년 4사 독자경영 출범 자산34억 원(1963)7,661억 원(1980)약 45배35조 268억 원 매출55억 5,000만 원(1964)1조 1,200억 원(1979)약 61배68조 3,711억 원 납입 자본금25억 원(1963)475억 원(1979)약 10배4,685억 원 수출8만 1,000달러(1964)9,171만 달러(1980)약 786배47조 5,616억 원 정유시설 용량3만 5,000배럴(1964)28만 배럴(1980)약 4배111만 5,000배럴 (출처: SKinnonews) SK이노베이션 4사 독자경영 이후 경영성과222 CHAPTER 3. NEW VALUE 글로벌 일류 에너지·화학기업을 향한 도전 2009-2016 SK인천석유화학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합동 출범식(2013.7.1) 4사 체제 공식 출범식(2011.1.3)223 SK INNOVATION 60YEARS HISTORY BOOK ‘따로 또 같이’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낸 것이었다. 시장에서도 SK이노베이션의 혁신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SK에너지를 SK이노베이션으 로 변신시킨 것을 안정지향적, 내수지향적이던 기존 분위기를 성장지향적, 글로벌 지향적으로 바 꾸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출로 받아들이며 애널리스트들의 ‘BUY’ 추천이 이어졌다. 050. 5개 자회사 체제로 재편, ‘따로 또 같이’ 성장 박차 “앞으로 자기 회사의 일을 지주회사에 물어보지도, 가져오지도 말아야 한다.” 최태원 회장이 2012년 10월에 열린 1차 2012 CEO 세미나에서 한 발언이다. 즉, 그동안 그룹 역 할을 해온 지주회사(SK주식회사)와 협의를 해왔으나, 앞으로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한 달 후, SK는 11월 26일 워커힐에서 주요 관계사의 CEO와 사외이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2차 2012 CEO 세미나를 열었다. 그룹의 새로운 운영방식인 ‘따로 또 같이 3.0’을 2013년 1월부터 시 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각 사의 CEO와 이사회는 자사 경영에 대해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 고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2013년 1월 그룹의 ‘따로 또 같이 3.0’에 따른 이사회 중심 의 자율·책임경영을 강화해 나가기 시작했다. 또 E&P를 독립 CIC로 승격시켜 독자적 성장의 발판 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어 2013년 5월 9일 이사회를 열어 석유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의 인천CLX와 트레이딩사업 을 분할하기로 의결했다. SK루브리컨츠와 SK에너지, SK종합화학의 성공적인 독자경영 경험이 추 가 분할 결정에 자신감을 심어줬다. 글로벌 경영환경은 해가 갈수록 급변하면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었다. 최적화된 성장전략 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개별 사업특성에 맞는 경영시스템과 투자재원 마련이 더욱 요구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기존 SK에너지 구조로는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았다. 일부 자산을 활용해 투자를 유치하려고 해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쪼개놓으면 자산의 유동화가 훨씬 쉬워질 수 있 었다. 그렇게 조달된 돈으로 자사 상황에 맞춰 신성장동력을 찾아나갈 수 있을 터였다. 추가 분사 는 몸집을 더욱 가볍게 해 더 높이, 더 많이, 더 빨리 비상하기 위한 발판이었던 것이다. 같은 달 24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분할안 확정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SK에너지의 인천CLX 와 트레이딩사업 부문을 오는 7월 1일 SK이노베이션이 100% 지분을 보유하는 비상장 자회사로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각각 인적분할 방식을 통해서였다. 2008년 CIC 체제 도입, 2009년 윤활유사업 분사, 2011년 SK이노베이션 출범과 4사 체제 구축 으로 다져진 노하우가 십분 발휘됐다. 2013년 5월 이사회와 임시주주총회 결의 후 약 한 달 만인 224 CHAPTER 3. NEW VALUE 글로벌 일류 에너지·화학기업을 향한 도전 2009-2016 7월 1일, 서울 서린동 사옥에서 신설 자회사의 합동 출범식에 이어 회사별 창립식이 개최됐다. 인 천CLX는 SK인천석유화학으로, 트레이딩 사업부문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 자리에서 당시 김창근 SK SUPEX추구협의회 의장은 “SK인천석유화학은 고부가가치 석유화 학회사로서,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글로벌 리딩 트레이딩 회사로서 각자의 경쟁력을 키워 ‘따 로’를 강화하는 동시에, 효율성 등을 높일 수 있는 분야에서는 적극적으로 ‘같이’를 추구해 더 큰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로써 SK이노베이션은 석유사업을 담당하는 SK에너지, 화학사업을 담당하는 SK종합화학, 윤 활유사업을 담당하는 SK루브리컨츠 등 기존 3개 자회사 체제에서 SK인천석유화학, SK트레이딩 인터내셔널까지 포함하는 5개 자회사 체제로 탈바꿈했다. 최태원 회장이 2002년 10월 제주에서 열린 CEO 세미나에서 “생존조건을 확보하지 못한 계열 사 및 사업은 정리한다”라는 이른바 ‘제주선언’ 이후 SK는 ‘따로 또 같이’ 경영으로 위기를 극복하 며 제2의 도약을 이뤄냈다. 중요한 것은 ‘같이’ 가려면 먼저 독자생존이라는 자격부터 갖추는 ‘따 로’를 우선 달성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은 5개 자회사 체제 구축으로 ‘스스로 생존하고 발전하는 것, 즉 따로 경영을 먼저 잘하고 이를 더 잘 수행하기 위해 같이를 추구해야 한다’는 뜻의 ‘따로 또 같이’를 실현해냈다. 사 업 특성에 맞는 기업문화와 신속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안착시켜 사업 본연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시켰다. 글로벌 파트너와의 합작사업에서도 굵직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사업 분야에서 2013년 4월 중국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 합작법인 설립 투자의향서를 체결했다. SK종합화학은 일본 JX에너지와 울산CLX에 2014년 초 완 공을 목표로 파라자일렌(PX) 공장(No.3 PX) 투자를 진행하고 있었다. 2013년 2월에는 중국 시노 펙과 중국 최대 규모의 부탄디올 공장 설립을 위한 합작에 성공했다. SK루브리컨츠 또한 JX에너 Memoir 60주년 추억담 잊지 못할 성취감 안겨준 YUBASE 조인트벤처 프로젝트 진재영 SK엔무브 기유사업본부장 ● YUBASE는 고급 기유시장의 글로벌 No.1 브랜드입니다. B2B 브랜드라 일반 소비자는 생소할 수 있지만 1995년 그룹Ⅲ 기유를 세계 최초로 상업 생산했고, 생산에서 판매까지 다양한 혁신 을 시도하여 Global standard로 자리매김했습니다. YUBASE 성장 스토리에서 놀라운 혁신 중 하나는 해외 National Oil Company와 생산 조인트벤처를 설립하여 자체 원료의 한계를 넘어 지속성장을 이룩했다는 점입니다. 2014년 일 본 ENEOS와 SK 울산CLX에서의 세 번째 생산 조인트벤처를 설립하였습니다. 시작부터 상업 생산까지 5년이 넘게 걸 린 대형 프로젝트였습니다. Capa. 공유 등 새로운 혁신 내용이 추가로 도입되었고, 양사에 약속했던 Value를 제공하며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2010년부터 꼬박 4년 동안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습니다. 30번이 넘는 출장, 수많은 협상, 다양한 아이디어와 많은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흥미진진한 경험이었고, 배운 것도 많았습 니다. 잊지 못할 성취감을 준 프로젝트였습니다.225 SK INNOVATION 60YEARS HISTORY BOOK 지와 합작해 울산CLX에 완공한 윤활기유 공장(No.3 LBO 프로젝트)을 가동하며, 스페인 렙솔과 현지 합작공장 건설에 나섰다. 새롭게 합류한 SK인천석유화학은 PX 설비를 완공한 뒤 고부가가치 화학제품을 글로벌시장에 수출하는 화학 전문기업으로의 전환을 꾀했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SK에너지와 연계한 트 레이딩사업을 기반으로 하되 거래선과 지역, 제품군 등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전 세계를 거점으로 하는 글로벌 트레이딩 전문기업으로 성장한다는 포부를 품었다. 만약 여전히 하나의 울타리에 안주하고 있었다면, 가질 수 없는 꿈이자 비전이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SK이노베이션은 그 이름처럼 과감하게 울타리를 벗어나 미래를 위한 혁신엔진을 가동 했다. 2021년 글로벌 제조업 공룡들이 잇달아 기업 해체라는 고강도 구조개편을 선언했다. 미국 존슨 앤존슨과 GE, 일본 도시바 등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다. 공격적인 사 업 다각화로 전 세계 시장을 장악했던 거대 제조업체들의 시대가 저물고,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새로운 경영패러다임이 대세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SK그룹과 SK이노베이션은 이들보다 약 10년 앞서 분할을 통해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 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위기극복은 물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 이었다. 그리고 오늘날 초일류 글로벌 기업들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