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196 CHAPTER 2. UNIVERSAL SK 이름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 에너지·화학사업 선도 1997-2008 Securities)가 SK주식회사의 주식을 취득한 사실이 금융감독원에 신고되면서 투기자본의 실체가 드러났다. 소버린은 이후에도 주식을 계속 매입하며 지분율을 높여 나갔으나, 정부의 출자총액제 한제도에 묶여 대주주 지분율이 낮았던 SK주식회사는 이를 방어하기가 어려웠다. 2003년 4월 10일, 소버린이 추가 주식 매입을 통해 지분 12.39%를 확보했다고 공시하면서 경영권 방어에 동 원할 수 있는 SK주식회사의 지분마저 넘어섰다. 출자총액제한에 의한 의결권 제한으로 경영권의 향방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다행히 공정거래위원회가 4월 13일 ‘SK주식회사는 외국 동일인 지분이 10%를 넘어섰기 때문 에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분류되고, 따라서 SK주식회사의 경우 출자총액제한에서 예외가 적용된다’ 는 유권해석을 내림으로써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의결권이 묶여 있던 7.6%의 계열사 지분을 경영권 방어에 활용하는 데 문제가 없게 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소버린의 경영참여 시도와 간섭은 집요하게 이어졌다. 법원에 SK주식회사 임시주총 소집허가를 신청했다가 기각당했고, 그것도 모 자라 항고 등으로 집요하게 SK의 경영권을 위협했다. 승부의 분수령은 2004년과 2005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벌인 표 대결이었다. 2004년 3월 12일 SK주식회사 제42차 정기 주주총회는 2대 주주인 소버린과의 경영권 문제로 많은 사회적 관심을 모았으나 결과는 SK의 압승이었다. 의결권이 있는 주주의 87.62%가 참석한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와 소액주주의 상당수가 SK측 사외이사를 지지해, 소버린과 의 표 차이는 거의 20% 포인트에 육박했다. 소버린은 2004년, 2005년 두 차례의 정기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 하려다 여의치 않자 2005년 6월 20일 투자목적을 경영참가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하고, 7월 18일 에는 지분매각을 공식 발표했다. SK주식회사 주식매입과 경영간섭을 통해 SK 경영권을 위협했으 나, 성공하지 못하고 9,0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기고 한국을 떠났다. Memoir 60주년 추억담 숱한 난관 이겨내고 헌신한 선배들을 따르겠습니다 김양섭 SK이노베이션 재무부문장 ● 입사했을 즈음이 유공 창립 30년쯤 되었을 때였는데 벌써 60주년이 되 었습니다. 당시도 국내 최고의 에너지·화학기업에 다닌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는데 요즘은 매출과 이익이 당시와는 비 교도 할 수 없이 커졌습니다. 그 동안 1997년 IMF 외환위기, SK 글로벌 회계문제,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 유가급락 과 코로나로 인한 최악의 적자 등 숱한 난관이 있었지만, 선배들을 비롯한 역대 구성원들이 열정과 책임감으로 위기 를 이겨냈습니다. 여기에다 구성원들이 미래 성장을 위해 고민하고 헌신한 결과가 오늘날 SK이노베이션의 위상입니 다. 이러한 성장 여정에 미미하지만 기여했다는 자부심에 가슴 뿌듯해집니다. 우리 회사는 더욱 빠르고 과감하게 혁 신하고 성장해서 10년 뒤인 70주년 무렵엔 명실공히 굴지의 글로벌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수많은 선배들의 고민과 노고의 결실을 지금 누리고 있듯이, 미래에 후배들이 더 많은 결실을 누리도록 더욱 분발하겠습니다.197 SK INNOVATION 60YEARS HISTORY BOOK 043. 이사회 중심 경영 도입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 도입은 소버린 투기자본을 몰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초 도입은 2004년이지만, 이미 SK주식회사는 2002년부터 ‘이사회 중심 경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2002년 5월 최태원 회장은 서울대 강연에서 ‘회사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기구는 이사회이므로, 이사회 가 회사를 바꿔야 하며, 좋은 이사회는 전문성과 독립성, 성실성 등 3대 요소를 모두 갖춰야 한다’ 고 밝힌 바 있었다. 그러다 SK글로벌 사태가 터지면서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 도입이 급물 살을 탔다. 2003년 말부터 지배구조 개선방안에 몰두해온 최태원 회장은 2004년 정초에 SUPEX 추구협의회와는 별도로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SK경영협의회’를 발족시켰다. 이 기구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소버린 사태 때 나를 사태수습팀의 책임자로 기용했던 것은 아마도 내가 포스코 경영연구소 시 절에 지배구조 관련 연구회 활동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에 강한 의 욕을 보였다. 어느 날 지배구조 관련 영어원서를 구해달라고 해서 10권 정도를 보냈더니 단숨에 그 책들을 독파하고 지배구조 전문가로 변신했다. 심지어 소버린 측이 추천했던 인물을 사외이사 에 임명하는 걸 보고는 최태원 회장의 강한 의지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영호 부회장, 당시 투자관리실장) SK주식회사는 소버린과 상관없이 2004년 1월 30일 ‘2003년 사업실적설명회’를 개최하는 한 편, 이 자리에서 획기적인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에는 사외이사 비율을 2004년엔 과반수로, 2006년부터 70%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개선안에 따라 전현직 정·재계 및 학계인사 등 5명으로 이루어진 ‘사외이사후보 추천 자문단’을 구성해 2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그리고 2월 22일 SK주식회사 이사회가 열렸다. 이때 최태원 회장은 ‘70% 확대를 2006년까지 미룰 것이 아니라 당장 올해부터 실시해서 세계 최고 수 준의 독립적이고 효율적인 이사회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사외이사 70%는 국내 최고 수준의 지배구조였다. 사외이사 비율 70%가 의미를 갖는 것은 ‘대 표이사 교체, 임시주총 소집 등의 이사회 의결 정족수가’가 2/3이기 때문이다. 2/3는 약 67%다. 그 는 또 “이번 이사회는 지배구조 개선을 직접 실행하는 시금석”이라고 밝히고, “앞으로 지배구조 개선 계획을 단계별로 충실히 이행할 뿐만 아니라 이사회 중심의 경영에 주력해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하고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며 투명경영 의지를 다시 한번 피력했다. 시장의 기대 를 넘는 파격적인 이사회를 만들겠다는 선언이었다. 사외이사 비율 확대로 인한 경영상의 제약과 운영상 비효율적인 측면이 우려되기도 했지만, SK주식회사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가 대결이나 198 CHAPTER 2. UNIVERSAL SK 이름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 에너지·화학사업 선도 1997-2008 시기내용 2004 ‘SK경영협의회’ 발족, 지배구조 개선방안 마련 2004.1.30 2003년 사업실적설명회 개최, 기업지배구조 개선안 발표 (사외이사 비율 2004년 과반수, 2006년 70%로 확대) 2004.2.20 이사회서 최태원 회장 ‘올해부터 사외이사 70% 확대’ 천명 2004.3.12 정기 주주총회, 첫 사외이사 70% 선임, 주주 신뢰로 소버린 퇴출 계기 2004.3.25 첫 이사회, 최태원 회장 ‘일하는 이사회’ 천명 2004.4.22 ‘일하는 이사회’ 울산CLX에서 이사회 개최 2004.5.4 사외이사 상주 사무실 제공 2004.8 ‘일하는 이사회’ 상장기업 최초 ‘사외이사 윤리강령’ 선포 2004.10 ‘일하는 이사회’ 중국 베이징 이사회 개최 2005.2 아시아머니, 지배구조 평가 1위 선정 2005.3국내 최초 이사회 백서 발간 2005.5 <뉴스위크>, 한국의 대표적인 지배구조 개선 성공사례 소개 이사회 중심 경영 추진 과정 사외이사 윤리강령 선포식(2004.8.20)199 SK INNOVATION 60YEARS HISTORY BOOK 견제 구도가 아닌 활발한 토론과 합리적인 합의를 통해 경영을 이끌어 나갈 것에 뜻을 모았다. SK 주식회사 이사회는 ‘New SK’의 조속한 실현을 위해 사외이사 비중 70% 확대, 신임 사외이사 후보 선정, 투명경영위원회 신설을 위한 정관변경 등을 의결했다. 이제 주주총회를 통한 사외이사 선임만이 남았다. 3월 12일 SK주식회사는 주주총회를 통해 총 6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함으로써 사외이사 70%의 신개념 이사회를 조직했다. 무엇보다 당시 주 주총회에서 소버린이 ‘주주 이익에 반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사사건건 딴지를 걸어 결국 표 대결 양상까지 갔으나, 결과는 SK의 승리였다. 외국인투자자와 소액주주 상당수가 SK가 발표한 국내 최고 수준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높이 평가했다. 이사회 중심 경영은 3월 25일 첫 이사회 개최를 통해 투명경영위원회 등 4개의 전문위원회를 설치·운영하기로 결의하면서 본격화됐다. 신설된 4개의 전문위원회는 사외이사들이 주축이 되 며, 신설 배경에는 보고 받고 도장 찍어주는 이사회가 아니라 ‘일하는 이사회’를 만들겠다는 최태 원 회장의 평소 의지가 반영됐다. ‘현장 속에서 일하는 이사회’의 행보는 창사 이래 최초로 지방사 업장에서 이사회를 개최함으로써 사회 일반으로부터 찬사를 받고 투자자들로부터도 주목을 받았 다. 4월 22일 SK주식회사는 사외이사들의 현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울산CLX에서 이사회 를 개최하고 설명회 및 간담회를 실시했다. ‘일하는 이사회’를 지향하는 최태원 회장의 이사회 중심 경영은 5월 4일 사외이사들에게 상주 집무실을 제공함으로써 구호가 아닌 현실임을 입증해 보였다. 대기업이 본사에 사외이사 집무실 을 마련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사례여서 언론으로부터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는 SK주식회사의 최고 의사결정 권한이 이사회로 넘어갔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사외이사들의 독특한 행보는 2004년 8월, 우리나라 상장기업 최초로 ‘사외이사 윤리강령’을 선포함으로써 또 한번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사회 역할 수행에서 독립성 및 지배구조 개 선에 대한 지표와 전망을 담았다는 점에서 SK주식회사 사외이사 윤리강령 선포는 한국 기업사에 서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일하는 이사회’는 2004년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이사회를 개최하면서 또 한번 기록을 세웠다. 창사 이래 최초로 해외에서 열린 이사회였다. 조순 사외이사는 ‘중국 이사회를 통해 중국사업 최 전선에서 현황을 접하고, 장기적인 사업추진 방향에 대해서 보다 효과적으로 논의할 수 있었다’고 현지 이사회의 성과를 평가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최태원 회장은 사외이사들의 발언을 끝까 지 경청하고 반대한 안건에 대해서는 즉각 추진을 보류했다. 일례로 2004년 초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을 위한 용역업체 선정에서 경영진에 의해 선정됐던 회사를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변경했다. 또 SK의 자산을 매각한 뒤 리스하는 안건도 사외이사들의 검토 결과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돼 상정을 보류했다. 2005년도에는 SK주식회사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 계획이 과하 다는 지적이 있어 매입 규모가 축소되기도 했다. SK주식회사는 2004년 1년 동안 18회의 이사회와 31회의 위원회를 개최했으며, 총 188건의 안200 CHAPTER 2. UNIVERSAL SK 이름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 에너지·화학사업 선도 1997-2008 건을 처리해 독립적이고 일하는 이사회의 새로운 모델을 구축했다. 중국 북경, 울산에 이어 2005 년 싱가포르와 울산에서 현장 이사회를 개최했으며, 2005년 3월 그간의 이사회 활동을 정리한 이사회 백서를 국내 기업 최초로 발간했다. 아울러 지속적인 이사회 중심 경영 실천을 통해 투명 경영과 윤리경영을 정착시켜 나갔다. “사외이사를 맡고 보니 도대체 2003년에 그 불미스러운 일이 왜 일어났는지 의아할 정도로 SK 주식회사는 탄탄하고 견실한 회사였다. 사외이사 비율을 70%로 확대하는 등 기존의 틀을 깨고 새 롭게 재정비하려는 굳은 의지를 보면서 투명경영 기반 위에 크게 성장할 기업이란 믿음이 들었다.” “당시 SK가 발표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100% 믿지 않았다. 그래 봤자 오너가 존재하는 재벌기 업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거수기’ 역할로 끝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사외 이사를 맡고 보니 SK의 이사회는 그 이전까지 내가 겪거나 들었던 재벌기업 이사회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전자는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이고, 후자는 서윤석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이다. 두 사람은 2004년부터 SK주식회사의 사외이사 임무를 수행해 왔다. 사외이사에 선임된 지식인들이 직접 체감한 SK주식회사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은 해외에서도 크게 인정받았다. 2005년 2월 유럽의 금 융전문지 유로머니의 자매지인 아시아머니가 실시한 주요 기업 지배구조 평가에서 아시아 1위에 올랐다. SK주식회사는 국내 기업 중 경영진의 투명성 확보와 명확한 책임을 묻는 구조를 갖춘 기 업 1위, 높은 수준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다수의 정보를 공시한 기업 2위에 올라, 그간의 노력과 성 과를 객관적으로 검증받았다. 2005년 5월 <뉴스위크>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지배구조 개선 성공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매년 단골로 지배구조 우수기업에 뽑혔다. 이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투명한 기업지배 구조를 갖춘 기업이라는 인증임과 동시에, SK주식회사가 추구하는 행복경영에 대해 이해관계자 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얻었음을 확인하는 것이어서 더욱 큰 의미가 있었다. 044. 행복 극대화로 전환한 SKMS 경영이념 측면에서 SK주식회사는 2004년을 기점으로 그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변화 에 직면했다. 소버린을 몰아내는 과정에서 이전과 딴판인 새로운 SK로 전환했다. 2004년 4월 8 일 경기도 용인 SK아카데미(연수원)에서 열린 그룹 창립 51주년 기념식에서 최태원 회장은 “지난 날의 질곡을 뒤로 하고 새로운 50년을 위한 힘찬 재도약을 하자”고 선언하면서 “세계 일류 수준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사랑받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의 ‘New SK’ 선언은 사회로부터 ‘신뢰받는 기업’, 고객으로부터 ‘선택받는 기업’, 구성원 모두가 ‘신바람 나게 일하는 기 업’으로 힘차게 전진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201 SK INNOVATION 60YEARS HISTORY BOOK ‘New SK’로의 전진은 SKMS 사상에도 영향을 미쳤다. SK의 경영관리 체계이자 경영철학인 SKMS의 특징은 고착화된 것이 아니라 시대 상황과 SK의 의지를 반영해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살아 움직이는 유기물이어야 한다는 것이 SKMS의 창시자인 최종현 선대회장 의 뜻이기도 했다. SKMS는 1979년 3월 정립 이후 모두 12번의 개정작업을 거쳤다. ‘SKMS가 화석 화한 경영이념이 돼선 안 되며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최적화되는, 살아있는 경영 시스템 이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었다. 2004년 10월, SK주식회사를 비롯한 20여 명의 관계사 CEO가 참석한 가운데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CEO 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의 핵심은 기업이념을 ‘이윤 극대화’에서 ‘행복 극대화’로 변경한 것이었다. 복잡다단해진 사회에서는 기업이 이윤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회사와 고객, 구 성원, 주주, 사회 등 기업을 둘러싼 전체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철학이었다. 이와 함께 ‘강한 기업, 신뢰받는 기업, 행복한 사회’ 등을 3대 추구가치로 설정했다. SKMS의 변화 가능성, SK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최태원 회장은 이미 2000년 5월 카이스트 강연, 2002년 5월 서울대 대학원 공개강의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거론해 왔다. 신임 임원과의 대 화나 관계사 전 임원 대상 SK경영 워크숍, 최고경영자와의 대화 등에서 최태원 회장은 ‘New SK 50년을 위한 시스템경영’과 ‘SKMS 실천의 솔선수범’, 그리고 ‘내가 곧 회사라는 생각으로 계속 진 화할 것’을 강조했다. 그 연장선에서 2004년 10월 제주 CEO 세미나에서 개정된 SKMS는 그동안 치열하게 논의된 토론의 열매들이었다. 특히 토론을 통해 진화하고 시스템으로 구축된 SKMS는 어느 한 개인의 경영법이 아니라 기업 의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다. SKMS는 회사와 주주 등의 구성원 모두를 위 한 경영 시스템으로써, 많은 이가 위기를 딛고 최단기간에 정상을 찾을 수 있었던 SK의 저력으로 SKMS를 꼽았다. “행복날개는 SK란 로고 없이 세계에서 사용될 수 있는 날이 와야 한다.” 2006년 1월 20일, 신입사원 연수 중 ‘회장과의 대화’ 시간에 나온 최태원 회장의 어록이다. 국 가대표 축구팀 유니폼이나 세계적 골프선수의 모자에 ‘행복날개’를 달았을 때, 모든 세계인이 ‘SK’ 를 떠올리는 수준으로까지 ‘행복날개’의 인지도를 올려야 한다는 의미였다. SK는 SKMS 사상의 행 복 극대화 의지를 새 로고에 담아내고자 했다. 일찍이 생존을 넘어 행복을 위한 경영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브랜드와 기업문화를 공유하는 네 트워크’라는 새로운 경영체제를 출범시킨 바 있었다. 이에 ‘New SK’의 가치와 SK 브랜드 아이덴 티티를 상징적으로 구현하고 글로벌 시장 확대에 따른 SK 브랜드의 법적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2005년 4월 10여 개 관계사가 참여한 TF팀을 구성했다. 로고 개발 작업은 세계적인 CI전문회사 리핀코트 머서(Lippioncott Mercer)에 의뢰했다. 이후 개발된 10여 개의 디자인을 대상으로 사내외는 물론 국내, 미국, 중국에서 고객 반응조사를 실시 하고 법적 보호 가능성도 검토했다. 이어 주요 관계사 CEO의 의견을 수렴한 끝에 SK ‘행복날개’가 202 CHAPTER 2. UNIVERSAL SK 이름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 에너지·화학사업 선도 1997-2008 탄생했다. 2005년 9월 13일, 주요 그룹사 CEO들이 참 석한 가운데 ‘SUPEX추구협의회’를 열고, 연말 까지 소외계층의 일자리 창출과 대대적인 자원 봉사 활동을 전개하는 ‘행복 나눔의 계절’을 선 포하면서 SK의 새 로고인 ‘행복날개’를 발표한 것이었다. 새로 개발된 로고 행복날개는 연(鳶), 통신위 성, 나비 등을 모티브로, SK의 두 성장축인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을 비상하는 두 날개의 형상으 로 표현함으로써 진취적이고 높이 비상하는 SK의 글로벌 의지를 반영했다. 날개 사이를 가르는 금빛 SK 또한 SK가 추구하는 행복 이미지를 극대화해 전체 윤곽을 부드럽 게 디자인하고, 그에 맞춰 SK의 타이포그라피도 기존보다 유연한 서체를 채택했다. 새로운 로고의 색깔에도 큰 의미를 담았다. 패기와 열정 등 SK의 자부심을 표현하는 역동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기존의 적색을 기본색으로 사용하고, 여기에 행복·따뜻함·매력을 의미하는 주황색을 새롭게 추가 했다. 글로벌 시장으로의 사업영역 확대를 추진하는 데 있어 새로운 로고는 확고한 SK 이미지 구축 과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또 전 그룹사에 공통으로 적용하기 시작하 면서 그룹의 ‘행복경영’의 의지를 나타내는 동시에 관계사 간 공통의 경영이념과 문화를 기반으로 시너지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또한 법적인 보호장치를 통해 유사상표로 부터 SK 브랜 드를 보호하고 상표권 침해에 대한 대응력을 키울 수 있게 된것이 큰 이점이었다. 045. SK에너지 이름으로, '따로 또 같이' “‘따로’는 정글에서 자신의 생존을 지켜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며, ‘같이’는 생존의 격전장인 정 글에서 만난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비교분석 대상이 없다면 기업문화나 룰을 바꿀 때 선택의 기 로에서 상당한 고통이 따른다. 특히 글로벌리제이션을 위해서는 ‘같이’하는 활동이 필수다. 해외 에서는 SK를 한 회사라고 생각한다. 유수한 해외 경쟁자들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통신과 에너지, 건설 등 가능한 한 다양한 카드로 무장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그룹이 같이 가야 하는 이유는 명확 하다. 외국의 우수기업이 수백 년에 걸쳐 이룬 것을 우리는 50년의 짧은 경험으로 달성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각자 생존 능력을 갖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체질화해야 한다.” (최태원 회장 ‘신입사원과의 대화’, 2005.7) SK ‘행복날개’ 로고203 SK INNOVATION 60YEARS HISTORY BOOK 2005년 들어 SK는 CEO 세미나를 통해 ‘따로 또 같이’ 경영을 발표했다. 생존전략인 ‘따로 또 같 이’는 스스로가 따로 독립해서 잘 성장하되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같이’ 하자는 개념으로, ‘선택적 으로 같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함께 생존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따로 또 같이’ 경영 이면에는 또 다른 의미도 숨어 있었다. 바로 SK주식회사의 지주회사 전환 이었다. SK에너지가 독립 법인으로 출범하면서 ‘따로 또 같이’ 경영의 기반을 조성한 것이었다. 2007년 4월 11일, SK주식회사 이사회는 ‘지주회사 전환’을 결의했다. SK주식회사를 지주회사로 하고, SK에너지,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E&S, SKC, SK해운, K-Power 등 주요 7개 사업자회사 를 거느리는 수직출자구조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했다.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당시 최태원 회장은 그 배경과 감회에 대해 이렇게 토로했다.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하고 진화할 수 있는 지배구조에 대해 고민한 결과, SK의 지속적인 안정과 성장을 통해 SK Value를 유지·발전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지주회사로의 전환이었다. 지주회 사 출범은 1970년대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 선언, 1990년대 정보통신사업 진출과 함께 SK의 미래를 만들어갈 큰 획이 될 것이다.” 유공이 1997년10월 사명을 바꿔 탄생한 SK주식회사가 SK그룹의 지주회사가 된 것은 이미 당 시 사명 변경 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사명변경 기념식 격려사를 통해 “SK는 그룹의 대표기업으로 앞으로 사업영 역 확장과 다각화를 고려해(다른 계열사들과 달리) 사명에 업종을 표시하지 않았다”며, “그룹의 힘을 하나로 모아 새로운 시대를 대비한다는 사명감과 그룹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자부심으로 새 로운 역사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보 <선경>, 1997.10) 즉, 유공에서 출발한 SK주식회사와 유공 구성원들이 SK그룹의 대표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으 로, 최종현 선대회장과 SK그룹은 이미 그때부터 SK주식회사를 사실상의 지주회사로 규정한 것이 었다. 사실 지주회사 전환은 사회적 요구이기도 했다. 국내외 주주들은 사업과 투자의 분리, 지배구조 투명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최태원 회장도 1998년부터 이 문제를 가지고 고민했지만 당시 로서는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2003년 시민단체들이 SK의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할 것을 요구해 왔고, 당시 순환출자 문제는 소버린에 의해 부메랑이 돼 SK를 위기로 몰아세웠다. 이 문제는 외국계 신용평가사들의 시각에서도 부정적인 요인이었다. 한국기업의 복잡한 지배구조를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분석했다. 결국 SK는 소버린 사태를 계기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 이사회 중심 경영을 추진했으며, 4년간의 준비 끝에 마침내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했다. “한국기업은 오랫동안 해외 금융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시달려왔지만, 앞으로는 코리204 CHAPTER 2. UNIVERSAL SK 이름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 에너지·화학사업 선도 1997-2008 아 프리미엄을 즐기게 될지도 모른다. 점차 많은 회사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투명성과 책임성을 개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SK이다.” 당시 SK의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이병종 ‘뉴스위크’ 서울특파원의 평가이다.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외부의 반응은 뜨거웠다. 경제 전문가들은 경영 투명성을 높인 제3의 창업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며, 국내 다수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애널리스트들은 ‘경영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가치를 배가시키는 등 긍정적 효과가 기 대된다’고 분석했다. 언론들도 ‘SK의 결정은 그간 유지해온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 투명성 제고 조 치의 완결판’이라고 극찬했다. 더욱이 지주회사 전환 소식에 외국계 신용평가기관들이 일제히 SK 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지배구조 개선으로 얻은 시장의 신뢰가 마침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었다. 지주회사란 타 회사의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전부 또는 일부를 소유함으로써 그 회사 의 관리업무를 수행하는 회사를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자회사는 독립경영체제를 갖춰 생산, 영업 등 사업에 전념하고, 지주회사는 자회사에 대한 투자와 포트폴리오 관리만을 전담하는 것을 원칙 으로 한다. SK주식회사는 사업자 회사들의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관리해 나가면서 계열사들의 글 로벌 성장을 이끄는 성장주도형 지주회사로서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지주회사체제의 구축에 따라 2007년 7월 1일, SK주식회사 내의 에너지화학 분야가 사업자 회사로 공식 분할해 현판식을 가졌다. 지주회사와 사업자회사의 명칭은 각각 ‘SK주식회사(SK holdings)’와 ‘SK에너지(SK energy)’로 결정했다. 존속법인인 지주회사는 기존 SK주식회사의 사명 을 승계하고, 신설법인인 사업자회사는 SK에너지로 사명을 변경해 고유사업 영역을 명확하고 간 결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했다. SK에너지는 분할과 함께 새롭게 출범하면서 인큐베이팅이 필요한 투자사업 부문과 생명과학 부문을 지주회사인 SK주식회사의 사업영역으로 이관했다. SK에너지는 기술 중심의 사업자회사 로서 에너지·화학 관련 제조사업 일체를 핵심사업으로 담당했고, 인천정유, 대한송유관공사 등의 자회사들을 거느렸다. 지주회사 체제 출범 이후 SK에너지는 SK인천정유 합병, 중질유 유동성 촉 매 분해(FCC, Fluidized Catalytic Cracking,) 사업 추진 등 미래 성장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착실히 진행했다. 이를 통해 계속되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글로벌 컴퍼니로 도약하 기 위한 기반을 확보했다. 2008년 1월에는 회사의 장기 비전 달성을 가속화하고 경영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사업 별·기능별 부분조직을 사업 중심의 조직으로 변경했다. 자율적이고 책임 있는 경영체제를 구축하 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CIC(Company in Company) 제도를 도입한 것이었다. CIC제도는 ‘회사 내 회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CIC 각각이 자율적인 하나의 회사로 운영되는 구 조를 뜻한다. CIC 사장은 CEO로부터 각 사업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고, 이를 운영해 성과를 창출하는 자기 완결적인 ‘사내 독립기업’으로 각자의 사업부문을 운영했다. CEO는 CIC 리더에게 205 SK INNOVATION 60YEARS HISTORY BOOK 책임과 권한을 대폭 위임하게 됨으로써 전사 차원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었으며, 회사 를 대표해 대외활동을 수행하고 CIC 간 이해관계 조정과 시너지 효과 창출의 역할을 맡았다. SK에너지는 출범과 함께 윤리경영을 강화하고 이사회 중심의 투명경영체제를 확립했다. 윤리 경영의 강화는 2004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새롭게 정립된 SKMS의 경영기본이념과 일맥 상통하는 것으로, SKMS를 올바르게 실천해 윤리적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함이었다. 이후 SK에너지는 SKMS, 윤리규범과 윤리규범 실천지침,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운영 등 기업윤리의 기준이 되는 구체적인 구성원의 행동지침을 실천해 나갔다. 또 윤리상담 및 제보를 위 한 윤리상담실을 설치했고, 제보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보자 보호제도도 마련했다. 윤리경영 정착과 함께 SK에너지의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는 안팎으로 지배구조 개선의 모범사 례로 크게 평가받았다. 2010년까지 이사회는 전체 구성원 9인 중 67%에 해당하는 6인을 사외이 사로 구성해 사외이사만으로도 정관변경, 회사의 합병·분할, 이사 해임안 제출 등의 안건을 처리 할 수 있도록 해 경영진에 대한 견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사외이사들은 각종 현안들을 논의하기 위해 사외이사 회의를 개최했다. 사외이사 회의는 주로 회사 이외의 장소에서 개최했으며, 현안에 대해 사외이사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합 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2009년에는 ‘경제위기 관련 사외이사의 역할’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해 도출된 결론을 경영진 에 전달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사회는 전문적이고 심도 있는 안건 심의를 위해 6개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했으며, 각 위원회의 위원장도 사외이사가 맡았다. 특히 감사위원회, 투명경영위원회, 사회공헌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했으며, 이들 위원회는 이사회와의 연계성을 강화함으로 써 이사회 중심 경영 실천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SK에너지는 이러한 이사회 중심 경영을 통해 한국 기업들의 이사회 활동에 롤모델을 제시했다. 2008년 2월, 지난 3년간(2005~2007)의 이사회 활동을 정리한 제2차 이사회 백서를 발간, 이사 회 활동의 성과를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알리고 국내 지배구조 관련 기관에 연구자료로 제공 했다. 이사회 백서 발간은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지배구조 관련 기구인 미국이사협회에서 주 주와의 커뮤니케이션부문 우수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한국기업 이사회 활동의 롤모델로 자리매김한 이사회 활동은 국내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한국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는 SK에너지를 지배구조 우수기업에 3년 (2005~2007) 연속 선정했다. 상장회사협의회에서 주관하는 감사대상 시상에서는 2006년에 감 사위윈회 부문이, 2007년에는 감사위원 부문이 각각 감사대상을 수상했으며, 주요 언론들도 이 에 대한 긍정적인 기사를 보도했다. 이 같은 성과는 2004년 이후 지속적인 이사회 중심의 투명경 영체제 확립으로 시장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획득했기에 가능했다.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