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선경(SK의 전신) 이 자신보다 수백 배나 큰 대한석유공사를 인수하자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얘기가 나왔다. 당시 일반인들에겐 섬유업체로만 알려져 있던 선경이 정상적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았다. 그러나 준비된 새우는 고래도 삼킬 수 있었다.
선경은 1966년 5개년 개발계획을 세우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원사를 직접 생산하는 제조 공장을 짓기로 한다. 1968년 아세테이트 원사공장을 완공하고 1969년 폴리에스터 원사공장까지 건립하면서 단숨에 국내 1위 원사 메이커로 뛰어올랐다. 원사의 원료인 원유에 관심을 기울인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1973년 선경석유를 설립했으나 예기치 못한 중동전쟁 발발로 정유공장 건설이 무산됐다. 1, 2차 오일쇼크로 국가 원유 재고가 열흘 치 밖에 안될 정도로 급박했던 시기, 선경은 사우디 왕실과 꾸준히 쌓아둔 친분을 바탕으로 한국에 원유를 도입했다. 나라 전체에 필요한 원유량을 웃돌았다. 원유사업으로 한국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사업보국 정신이 발휘된 것이다.